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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국일반

버스공영제 했더니…요금 싸고 노선 늘고 “참 편해졌어”

등록 :2014-05-29 20:10수정 :2014-05-30 09:02

6·4 지방선거 이슈 점검 (3) 교통공공성
전국 최초로 실시한 신안군 가보니

작년까지 4개업체 버스 다 사들여
65살 이상 한해 53만명 무료이용
불규칙 배차·결행 등 병폐 사라져
무기계약 기사 “시간보다 친절 중요”
공영제 이전보다 비용도 줄어
“요거? 오이와 가지 모종….”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전남 신안군 지도읍 공용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 안에서 만난 조정순(77·태천3구)씨는 검정 비닐봉투를 가리키며 “모두 2000원을 주고 샀다”고 말했다. 그는 설탕과 밀가루, 아들과 자신의 신발을 사서 담은 비닐봉투를 좌석 앞에 놓아둔 채 마을 이웃인 김재란(78)씨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버스공영제 이후 무엇이 달라지셨느냐’고 묻자, 김씨는 “병원과 공중목욕탕 가는 것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버스 안을 가득 메운 33명의 어르신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오일장을 본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신안군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6억3000만원을 들여 14개 업체의 군내버스 22대를 모두 사들였다. 버스 노선을 32개에서 44개로 늘리고, 운행 버스도 22대에서 38대로 늘렸다. 군이 직영을 하면서 버스 일반요금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65살 이상은 무료다. 2006년 20만명이던 이용객은 지난해 68만500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77.4%인 53만명이 무료 이용자다. 사실상 무상버스인 셈이다. 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마을에 사는 주민에겐 1명당 매달 택시 쿠폰 8장을 나눠준다. 주민 4명이 쿠폰 8장씩을 모아 공동으로 이용하면 날마다 택시를 탈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공영버스는 무료 이용 대상인 65살 이상 노인들이 많이 탄다.  신안/정대하 기자
전남 신안군의 공영버스는 무료 이용 대상인 65살 이상 노인들이 많이 탄다. 신안/정대하 기자
지난달 23일 오일장을 본 지도읍 주민들이 공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40분 동안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신안/정대하 기자
지난달 23일 오일장을 본 지도읍 주민들이 공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40분 동안 운행되는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신안/정대하 기자
“예전에는 마을에서 차가 있는 분에게 사정을 해 내왕을 했고…. 아이고, 그것도 한두번이지. 그때는 미안하니까 (병원에) 못 나왔지.”

조성국(82)씨는 “버스가 각 마을까지 노선을 늘려 순회하면서 편해졌다”고 말했다. 군은 2008년 지도읍의 군내버스 3대를 인수했다. 5명의 기사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4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이후 불규칙 배차와 잦은 결행, 운행 중단 등 군내버스의 고질적 병폐가 사라졌다. 이날 지도읍 안마동에서 7명의 어르신이 하차하고 1명이 승차하는 동안 버스는 30초 남짓 정차했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빗자루와 모종 등이 든 장바구니를 들고 느릿느릿 내려도 재촉하는 운전기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공영제가 된 뒤 무기계약직 공무원이 된 기사 김정수(48)씨는 “운행시간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저의 어머니(72)를 모시듯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안군이 버스공영제를 도입한 뒤 생긴 또다른 효과는 예산 절감이다. 버스회사 사장·전무 등 임원에게 주던 고액 월급이 사라졌고 차량 수리를 지역 정비업소에 맡겨 비용을 줄였다.

신안군의 지난해 버스 1대당 운송원가는 5300만원이다. 신안군(38대)과 비슷한 37대의 버스를 운행하는 전북 부안군의 버스 1대당 운송원가는 1억4000만원이다. 부안군은 버스 준공영제다.

지난해 신안군 버스운영비는 20억원이었다. 수입은 1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65살 노인 등 무료 이용자 53만명에게 1000원씩을 받았다고 가정해 5억3000만원을 수입으로 잡을 경우 전체 버스운영 실소요액은 13억2000만원으로 줄어든다는 게 신안군의 설명이다.

부안군은 지난해 버스회사에 손실보전금으로 18억원을 지급했고, 버스회사의 수입액은 26억원이었다.

신안/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