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호주 선교사 매켄지 부부
부산 ‘상애원’ 맡아 한센인 돌봐
두딸에게 한국 이름 매혜란·혜영
의사·간호사로 자라 6·25때 귀국
1952년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
전국 25개 도시 의료봉사하며 촬영
2010년 자매 유품서 슬라이드 발견
경기대박물관 5년간 정리 7일 첫 공개
부산 ‘상애원’ 맡아 한센인 돌봐
두딸에게 한국 이름 매혜란·혜영
의사·간호사로 자라 6·25때 귀국
1952년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
전국 25개 도시 의료봉사하며 촬영
2010년 자매 유품서 슬라이드 발견
경기대박물관 5년간 정리 7일 첫 공개
2대에 걸쳐 한국에서 의술을 펼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선교사 가족이 기록해둔 방대한 양의 한국 근현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수원 경기대박물관은 7일부터 10개월간 <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란 제목으로, 전체 9천여장 가운데 2천여장을 전시한다. 이 사진들은 대부분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인 호주인 매혜란(헬렌)·혜영(캐서린)씨 자매가 찍은 것이다. 사진에는 자매가 살았던 부산의 옛 모습이 가장 많고 평양·금강산·서울·수원·속초·양양·영천·여수·보은·공주·울릉도·경남 등 전국 25개 도시의 모습이 담겼다.
전시 사진 중 500여점에는 한센인 환자촌, 동구 매축지, 광안리, 옛 수영비행장, 금정산성 동문, 남항과 북항 등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부산 피란 시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영도 봉래산, 부산 중심인 황령산, 해운대 장산, 금정산, 지금은 사라진 백산 등 정상에서 사방을 파노라마로 찍은 전경 사진이 많다.
자매의 부모는 1910년 부산에 온 호주인 선교사 제임스 노블 매켄지(1956년 작고)와 간호사 매리 켈리(1964년 작고)다. 한국 이름 매견시인 아버지는 26년간 한센병 환자 병원인 ‘상애원'을 맡아 운영했고, 어머니 역시 한센인 자녀와 고아들을 돌보며 가르쳤다. 네 자매 중 첫째와 둘째인 자매는 부산에서 자란 뒤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됐다. 1938년 메켄지 가족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등으로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두 자매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돌아와 부산 동구 좌천동에 일신기독병원을 열어 부모와 마찬가지로 환자와 고아들을 보살폈다.
특히 전국을 돌며 무료 의료봉사를 다닌 이들은 전쟁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 가족을 돌보는 한국 여성과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즐겨 담았다. 자매는 76, 78년 호주로 돌아가 말년을 보내다 2009, 2005년 각각 세상을 떴다.
이 사진들은 언니 혜란씨가 별세한 이듬해 2010년께 유족들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슬라이드필름으로 발견됐고, 일신기독병원을 통해 경기대박물관에 기증됐다. 경기대박물관은 무려 5년에 걸쳐 수천장의 필름을 하나하나 스캔하고 정리해 이번 첫 전시를 열게 됐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매씨 가족의 사진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70년대 산업화 초기까지 근현대 생활상과 지리를 기록한 것으로 만큼 학술 가치가 뛰어나다”며 “사진만이 아니라, 매씨 가족의 헌신적인 삶은 평생 인술을 펼친 장기려 박사에 버금갈 만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대박물관은 내년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해 마땅한 공간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연합뉴스, 사진 경기대박물관 제공
1915년 호주인 선교사 제임스 매켄지(뒷줄 오른쪽 둘째)와 가족들.
호주인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아버지 제임스 매켄지(한국 이름 매견지), 언니 매혜영과 동생 매혜란, 어머니 매리 켈리.
1952년 9월 17일 부산일신기독병원 임시병동 개원 때 첫 직원들과. 왼쪽부터 유경순, 동생 매혜영, 언니 매혜란, 방필수씨.
1970년대 중반 호주로 귀국할 무렵의 매혜란·혜영씨 자매.
1952년 4월 화재가 난 부산 동구 증산마을 풍경. 화재민 연락소라고 적힌 드럼통 뒤로 사람들이 몰려 있다.
1953년 부산 일신기독병원의 임시 병동.
1956년 일신기독병원(가운데 흰 건물) 초창기 모습과 주변 좌천동 일대 전경.
시장에서 야채를 팔며 담배를 피고 있는 여인.
어린 동생은 안고 있는 누이.
아이를 업고 있는 젊은 엄마.
젖먹이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엄마들.
둘러앉아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
하나같이 빡빡 깍은 까까머리의 어린 소년들.
1950년대 부산 매출지의 상여 행렬.
계란을 구워 팔고 있는 여인.
돌계단에 놓인 채 잠든 네 쌍둥이.
툇마루에 앉아 곰방대를 피우고 있는 엄마와 남매.
1960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경남 도청.
1950년대 부산 자갈치시장의 수상가옥.
2016 경기대박물관 특별전-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