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강남·강북 잇는 곤돌라 만들고 여의도에 제2 세종문화회관 짓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16년 만에 다시 한강 개발 사업 구상을 꺼냈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다만 총사업비 잠정 규모도 내놓지 못한 터라 아직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어려운 단계다. 계획이 구체화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민간 자본에 기댄 프로젝트인 탓에 특혜 시비는 물론 이용료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오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생태공원 정비, 수상 산책로와 보행교 설치 등 모두 55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잠실과 뚝섬을 잇는 곤돌라 설치와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은 물론 수상활동 거점으로 권역별 마리나 조성, 도심항공교통(UAM) 구축 사업도 포함돼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는 서울링(대관람차)을 세워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고 여의도공원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는 방안도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한강변 거점은 ‘도시혁신구역’으로 설정해 높이 제한 등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한강변 아파트(주동) 15층 높이 제한도 폐지한다. 노후화된 한강변 수영장도 환경친화적으로 다시 조성한다.
이 구상은 오 시장이 33·34대 서울시장 재임(2006~2011년) 당시 내놓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후속 계획에 가깝다. 실제 이번 계획에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포함됐던 수상관광 콜택시 활성화나 서해뱃길 복원을 위한 여의도 서울항 구축 사업도 담겨 있다. 당시에는 예산 낭비나 자연 파괴란 비판이 일면서 상당수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오 시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5년간 (한강르네상스 사업 성과가) 실증됐다”며 “(한강) 녹지공간에서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을 다 봤을 것이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종 다양성도 이뤄졌다. 환경단체들의 비판도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총사업비는 물론 대다수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서도 나오지 않은 단계다. 대부분 민자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업 수익성이나 재정 보조 규모는 물론, 이용료 등 시민들의 부담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못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설익은 개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강 생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평하기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자연성 회복을 말하면서 동시에 인공 구조물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한 예로, 곤돌라가 버티고 있으면 철새는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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