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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엔 나무 사이로 아파트촌이 보이지 않고, 소음도 들리지 않을 거예요. 도심과 무척 가깝지만 ‘여기가 숲이구나’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생태학습관 뒤쪽 숲길에서 만난 박지현 산림치유지도사가 말했다. 2차선 도로에서 걸어서 5분 만에 당도한 숲은 어림잡아 키 20m가 넘는 참나무가 빽빽했다. 때가 되면 나무들은 도심을 가리는 ‘초록 커튼’을 칠 것이다. 이날 박 지도사를 따라 지그재그로 난 데크길과 흙길을 걷다가 가파른 오솔길 지나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중계동과 상계동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활력 쉼터 3’이었다. 숲길에 들어선 지 20분 만이다. 박 지도사는 “이 길에선 꽃과 나무 향기를 맡고, 비 오는 날엔 계곡 물소리를 듣고 발을 담그며 때론 아무 생각 없이 50분 동안 누워 있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IMAGE2%%] [%%IMAGE3%%] 이 길은 ‘불암산 치유의 숲길’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생태학습관에서 산에 올라 불암산 산림치유센터 쪽으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서울시가 ‘서울형 치유의 숲길’ 조성 사업으로 2016년과 지난해 노원구의 신청을 받아 각각 1.3㎞씩 총 2.6㎞ 길을 내고 다듬었다. 서울형 치유의 숲길은 2014년 도봉구 초안산과 서울대공원(경기 과천시)에 처음 생겼다. 2010년 이후 산림청이 숲의 개념을 휴양 공간에서 치유 공간으로 넓히면서 ‘치유의 숲’을 도입·지정하자, 서울시는 도심과 가까운 숲에 ‘치유의 숲길’이란 이름으로 산림 치유 공간을 만든 것이다. 현재 서울형 치유의 숲길은 서울 11개 자치구와 서울대공원(경기 과천시)에 모두 15곳(20.9㎞)이 있다. 그중 광진구 아차산 치유의 숲길 등 5곳이 지난해 처음 생겼다. [%%IMAGE4%%] 지난해 치유의 숲길이 많이 생겨난 것과 관련해 신현호 서울시 자연생태기획팀장은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까운 곳에서 야외 활동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수요가 커졌고, 2021년 유독 여러 자치구가 치유의 숲길 조성을 신청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심 숲과 산림 치유의 가치가 코로나19 이후 서울에서도 재발견된 셈이다. 올해도 서울시는 3~11월 시비 20억5800만원을 들여, 노원구 불암산, 동대문구 배봉산, 성동구 매봉산 일대에 서울형 치유의 숲길 6㎞를 추가로 낼 계획이다. 강북구 북한산 일대는 숲길 설계를 시작한다. [%%IMAGE5%%] 피톤치드와 음이온 농도, 해발고도, 야생 생물 다양성 등을 따지는 산림청 ‘치유의 숲’만큼은 아니지만, 서울형 치유의 숲길도 기본적인 요건은 갖춰야 한다. 신현호 팀장은 “주로 접근성과 환경을 본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해야 하니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하고, 숲 환경이 양호해야 한다. 계곡이 있으면 물 치유 프로그램을 할 수 있으므로 금상첨화다”라고 했다. 현재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에 들어가면 초안산, 안산, 호암산 등 치유의 숲길 8곳에서 진행하는 치유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불암산 치유의 숲길 등 나머지 7곳도 다음달 중 예약 접수를 시작한다. 숲길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박지현 산림치유지도사는 “올해 불암산 치유의 숲길에선 ‘맨발 걷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