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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만 보이면 유채꽃 심는 충북…제주 따라하다 환경훼손 논란

등록 2023-04-26 07:00수정 2023-04-26 15:05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나루에 흐드러진 유채. 충주시 제공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나루에 흐드러진 유채. 충주시 제공

‘내륙 지방’ 충청북도에 ‘섬마을’ 제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유채 단지 조성 바람이 불었다. ‘벚꽃 엔딩’ 이후 꽃 나들이에 나설 관광객을 모아보려는 뜻인데, 환경단체는 무분별한 하천 둔치 개발이라고 비판한다.

충청북도는 최근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 미호강 둔치 9314㎡(약 2800평)에 유채 단지를 조성했다. 미호강 유채 단지 조성은 지난 1월19일 김영환 충북지사의 지시로 시작됐다. 김 지사는 당시 경제인 등 200여명이 모인 스마트경영 포럼 강연에서 “미호강 둔치는 한강·낙동강 둔치보다 넓은데, 당장 유채 등을 심어 단지를 조성하면 관광객 100만명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충북도는 도로관리사업소·농업기술원 등이 가지고 있는 농기계 등을 이용해 미호강 둔치를 갈아엎고 부랴부랴 유채 단지를 만들고, 지난 2월27일 유채씨 15㎏을 뿌렸다. 씨를 뿌릴 때만 해도 5월 초에 꽃이 피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란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오후 찾은 미호강 둔치의 유채는 키가 5~10㎝밖에 안 될 정도로 생육이 좋지 못했다. 황준영 충북도 축수산과 주무관은 “생육이 좋지 못해 꽃은 5월 중하순이 되어야 필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9만㎏ 안팎의 유채를 수확해 소 등에게 먹일 사료로도 활용하려 했는데 작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미호강 둔치에 조성한 유채 단지. 오윤주 기자
충북도가 미호강 둔치에 조성한 유채 단지. 오윤주 기자

충북도가 청주 밀레니엄타운에 조성한 유채 단지. 오윤주 기자
충북도가 청주 밀레니엄타운에 조성한 유채 단지. 오윤주 기자

‘김영환표’ 유채 단지는 또 있다. 충북도는 미호강 둔치 유채 단지에서 5㎞ 남짓 떨어진 충북교육문화원 앞 밀레니엄타운 8만2500㎡(2만5000평)에도 김 지사의 지시로 유채 단지를 만들었다. 3월2일 유채씨를 뿌려 10㎝ 안팎까지 키가 자랐다. 충북도는 유채 단지 옆 1만2000여㎡(약 3600평)에는 청보리 단지도 만들었다. 박희제 충북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관광, 가축 사료, 꿀벌을 위한 밀원 등 여러 목적으로 유채·청보리 단지를 조성했는데, 토질 탓에 작황은 그리 좋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청주에는 이 두 곳 말고도 남일면 효촌리 무심천 변 1만635㎡(약 3200평)에도 유채 단지가 있는데, 이곳은 청주시 농업기술센터가 조성했다.

옥천 금강 변 유채 단지. 옥천군 제공
옥천 금강 변 유채 단지. 옥천군 제공

청주 남쪽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 금강 둔치 8만3000㎡에도 유채 단지가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운동 공간, 산책길 등이 만들어졌지만 잦은 침수로 훼손돼 폐허로 방치됐던 곳이다. 옥천군은 지난해 9월 말 유채씨 1000㎏을 이곳에 뿌리고 유채 단지를 만들었다. 옥천군은 지난 15일 이곳에서 ‘1회 향수 옥천 유채꽃 축제’를 시작했으며, 다음달 14일까지 이어진다. 충주시 엄정면은 목계나루 8만㎡에 유채 단지를 만들었으며, 오는 29~30일 이곳에서 민속축제 목계 별신제를 열 참이다.

관광객을 끌기 위한 경관용으로 만든 유채 단지지만, 수변 생태계의 훼손을 부른다는 목소리도 높다. 둔치를 갈아엎어 유채 등 작물 재배를 위해 거름·비료 등을 뿌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채 단지가 조성된 미호강 둔치는 멸종위기종 수염풍뎅이 서식이 확인되는 등 생물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공간이다. 둔치를 쓸모없는 곳으로 보고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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