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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자들이 잘 자라면 맛있는 감자칩이 되는데, 보시다시피 밭에서 다 썩어 문드러지고 있습니다.”

7일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조성된 고랭지 감자밭.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해서 ‘펀치볼’로 불리는 이곳에서 농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원민 가공용감자작목반장은 “30년 가까이 감자를 재배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 수확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다 포기했다. 농민 대부분이 막 울고 난리가 났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400~500m 고도에 분지 지형인 이곳은 일교차가 커 예부터 고랭지 감자의 주요 생산지였다. 올해 양구의 고랭지 감자 생산면적은 280㏊로 전국 면적(3659㏊)의 7.6%를 차지한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 대부분은 국내 유명 제과업체와 계약재배 방식으로 납품돼 감자칩 등으로 재탄생한다.

농민들은 평년과 같은 4월에 감자를 파종해 수확기까지 불과 20~30일 정도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쏟아진 300㎜ 안팎의 폭우 탓에 감자가 썩기 시작했다. 여기에 높은 습도와 폭염이 더해지면서 무름병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 반장은 “3.3㎡당 보통 10㎏ 정도를 수확하는데 올해는 1㎏도 건지기 힘들다. 인건비를 들이고 장비까지 동원해야 하는데, 수확하는 게 더 손해다. 농민 대부분이 종자와 비료를 외상으로 구입해 농사를 짓는데, 수확을 못 하면 그 빚을 어떻게 갚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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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구뿐 아니라 강릉과 평창 등 전국 고랭지 감자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강원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농업기술원 감자연구소는 지난달 말 고랭지 감자 재배지에 ‘역병 발생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감자역병이 발생하면 3~4주 안에 줄기가 말라 죽고 땅속 감자도 커지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져 전량 폐기해야 한다. 김창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아직 양구를 제외하면 강릉·평창 등 전체적인 고랭지 감자의 작황은 양호한 편이다. 다만, 폭우에 이어 폭염이 이어지면 질병 등의 피해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 고랭지 감자는 연간 감자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안정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