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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앞두고 강원도 강릉시내 곳곳에 정겨운 사투리 펼침막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릉말사투리보존회는 강릉시의 도움을 받아 버스터미널 등 주요 도로 곳곳에 귀성객 등을 환영하는 사투리 펼침막을 내걸었다.

펼침막은 ‘반갑소야! 이쁜 언나들, 소솔들 이기 울매만이나?(반갑습니다. 예쁜 아이들, 가족(식솔=집안 식구들) 이것이 얼마만이니?)’라는 사투리를 통해 가족이 모두 만나는 반가움을 정감있게 표현했다. 또 ‘느들 얼러 친정에 가거라. 설거지는 내거 하마(너희들 얼른 친정에 가렴.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야들아 메물적이 머이 그래 맛있나? 시나미 꼭꼭 씹어 먹아(얘들아. 메밀전이 뭐 그렇게 맛있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등 오래간만에 가족을 만난 고향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글귀도 있다.

이밖에 ‘벌초 때 조심하시우야~ 땡삐집 건들믄 클난다니!(벌초 때 조심하세요. 벌집 건들면 큰일나요)’, ‘송편은 짐이 포옥 나두룩 찜으 포~옥 들예이대!(송편은 김이 폭 나도록 찜을 폭 들여야 돼)’, ‘한가우 달맞이는 강릉 곙포대로 마커 오시우야(한가위 달맞이는 강릉 경포대로 모두 오세요) 등의 펼침막도 명절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박명규 ㈔강릉말사투리보존회장은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정겹고 따뜻한 고향말로 맞이하기 위해 준비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와 태풍 등으로 모두가 어렵다. 가족들이 모여 펼침막에 나온 강릉말을 소재로 한번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은 타고 넘기 어려운 대관령(832m)을 관문으로 둔 탓에 강릉단오제(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와 합동세배 등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억양이 강하고 퉁명스럽지만 정겹기 그지없는 강릉사투리는 고뱅이(무릎), 수구레(숙여라), 쎄라(씻어라) 등 옛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언어의 보물섬’으로도 불린다. 2011년 강릉말사투리보존회가 연 학술세미나에서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강릉말은 말의 길이(음장)나 높낮이(성조)에 따라 말의 뜻이 달라지는 단어들이 많고 활자로 인쇄할 때 찍을 수도 없는 아주 귀하고 귀한 언어요소들이 가득하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나오는 고어의 흔적이 강릉말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