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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징수 담당 공무원이지만 ‘별장 중과세 폐지’라는 법 개정 취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자치단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라 지방재정에도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겁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별장 중과세’ 폐지를 뼈대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50년 만에 통과 됐다는 소식을 들은 박영식 부산 해운대구 취득세2팀장의 반응이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말 ‘지방세법상 별장은 사치성 재산에 해당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중과세 대상이지만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부합동감사의 지적을 받았다. 이 탓에 박 팀장 등 해운대구 재산취득세과 직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해운대 일부 주거시설이 기업 등의 별장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조사를 해야 했다.

먼저 법인이 소유한 아파트 197세대 가운데 전기나 수도 등 ‘생활반응’이 없는 곳부터 추렸다. 이를 위해 일일이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해 요금명세서까지 확보해 분석했다. 이웃 주민 등 주위 탐문조사도 해야 했다. 이렇게 인력 20여명을 투입해 조사에 착수한 지 두달여 만에 겨우 별장 12곳을 찾아내 과세 예고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복 처리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과세 대상인 법인이 수긍하고 납부하면 다행이지만 일부가 불복해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면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3년 정도까지 소송 대응에 추가로 행정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별장 중과세는 규정이 모호한 탓에 유독 많은 민원이 제기된다.

박영식 팀장은 “법에서는 별장이 사치성 재산이라고 하는데 시대가 바뀌고 소득수준도 높아지면서 인식이 많이 변했다. 법에 별장 중과세 제도가 남아있어 과세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상적인 업무도 바쁜데 별장 여부까지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중과세에 매달릴 여유도,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가까워 전원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춘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병선 춘천시청 세무조사팀장은 “새롭게 별장으로 찾아내 중과세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불시에 방문하거나 이장 등 주변에도 물어보고, 한전 협조를 받아 전기사용량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한해 별장 재산세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1700만원에 불과하다. 행정의 노력에 견줘 세수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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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이 사치성 재산?

다음 달 중순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와 함께 폐지될 예정인 별장 중과세 규정은 유신헌법 공포 직후인 1973년 3월 도입됐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내외 정치·경제가 불안해지자 도농·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별장을 사치성 재산 중 하나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별장 중과세 도입 당시에는 취득세가 표준세율의 3배, 재산세는 일반재산세율의 2배였다. 하지만 1974년 대통령긴급조치 제3호 발동 이후에는 취득세 중과세율이 표준세율의 7.5배까지 치솟았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표준세율의 5배로 낮아졌고, 현재는 표준세율에 8%를 더한 수준이다. 재산세 중과세율도 긴급조치 3호로 별장가액의 5%로 인상됐다가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종합토지세가 재산세에 통합되면서 4%로 낮아졌다.

중과세되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이 서핑해변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군에 1억원 짜리 세컨드하우스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취득세 280만원만 내면 되지만 별장으로 분류되면 3.85배나 많은 1080만원을 내야 한다. 취득세는 한 번만 내면 되지만, 해마다 내야 하는 재산세는 더 부담이다. 1억원 짜리 주택의 재산세는 일반적으로 연간 12만원이다. 하지만 별장은 33배나 많은 400만원의 재산세를 해마다 내야 한다.

문제는 ‘별장’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보통 별장이라고 하면 ‘저 푸른 초원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저택’을 떠올리지만 현실에서는 농촌의 허름한 농가주택이나 아파트, 오피스텔 등도 요건에만 해당하면 중과세 대상인 별장이 된다.

지방세법에선 별장을 ‘주거용 건축물로서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휴양·피서·놀이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건축물과 그 부속 토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상시 주거용’이나 ‘휴양·피서·놀이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어 납세자들의 항의와 불복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농장이나 휴식 등을 목적으로 농촌에 ‘세컨드하우스’를 짓거나 아파트·오피스텔을 사면 별장으로 분류돼 중과세 대상이 되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물론 2004년 읍·면 지역(수도권 등 제외) 농어촌주택 중 대지면적 660㎡에 건축물 연면적 150㎡ 이내라면 별장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20년 가까이 건축물 가격을 ‘6500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건축비 인상에 따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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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은 소멸위기 처한 지역회생 해결책”

최근 들어 별장 중과세 규정이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군사독재 시대 만들어진 별장 중과세를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구체화됐다. 특히 농·어촌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불공정한 규제’라며 별장 중과세 폐지에 온 힘을 쏟았다.

강원도는 2021년 기준 전국 별장 취득세 규모는 30억원으로 강원도와 제주, 경기 일부 지역에서만 과세가 이뤄질 뿐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등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고급주택과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등 다양한 중과세 제도가 운용되고 있어 별장 중과세 존치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최영숙 강원도청 세정팀장은 “별장 중과세는 귀농·귀촌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정주 인구뿐 아니라 생활인구·체류인구 개념을 도입한 폭넓은 인구정책이 요구되는 시대상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별장 중과세가 폐지되면 생활인구가 늘고, 이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귀농·귀촌이 활성화돼 거시적인 정주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별장 중과세 폐지가 인구감소로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을 되살리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소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별장은 지금도 사치성 재산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도시와 농촌에 복수의 주거지를 마련하고 주중에는 도시, 주말에는 농촌에 사는 형태인 ‘멀티해비테이션’의 관점에서 별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소영 부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도시를 아예 떠나는 귀농·귀촌과 달리 도시생활을 유지하면서 농촌과 도시생활을 함께 즐기는 ‘1가구 다거주지’ 형태의 활성화를 통해 농촌지역에 외부 인구를 유입시켜 체류인구 등 실질적인 지역인구 증가와 이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영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별장을 소유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으로 여겨지며, 별장을 사치재로 생각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별장은 여가를 즐기는 수단 중 하나인 ‘세컨드하우스’가 됐다. 국내외 정세 혼란으로 국민통합과 사회안정이 필요한 시기에 사치성 소비 억제로 사회질서를 도모하고자 도입된 별장 중과세는 더는 입법목적의 타당성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