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겨울철 휴장을 마치고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레고랜드가 ‘입장객 수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레고랜드는 강원도 땅을 최대 100년 동안 테마파크 부지로 무상 임차해 사용할 뿐 아니라, 기반시설 조성 등에 21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이런 레고랜드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가늠할 기본 정보인 입장객 수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춘천 의암호 중도에 조성된 레고랜드는 레고를 주제로 한 세계 열번째 테마파크로, 지난해 어린이날 문을 열었다. 8개월 정도 영업을 한 레고랜드는 지난 1월부터 3월23일까지 겨울 휴장을 한 뒤 24일 재개장했다. 문제는 레고랜드를 유치하며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강원도와 춘천시가 개장 첫해 입장객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앞서 강원도는 2011년 9월1일 레고랜드 유치 사실을 발표하며 “연간 가족 단위 국내외 관광객 200만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레고랜드의 ‘배짱 영업’에 대해 지역사회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최근 성명을 내어 “입장객 수는 1인 기준 소비액과 체류시간, 생산유발 효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자료”라며 “레고랜드가 입장객 수를 공개할 때까지 (강원도와 춘천시는) 협력과 지원을 중단하고,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춘천시는 교통량과 통신망 사용량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레고랜드 입장객 수 추산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춘천시가 이런 식으로 파악한 지난해 레고랜드 입장객은 67만2572명 수준이다. 레고랜드가 지난해 5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강원도가 시설 유치에 나서며 밝힌 ‘연간 방문객 200만명’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은 “레고랜드가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업체로부터 기초적인 자료조차 제공받지 못한데다, 빅데이터로 추산한 경제 효과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며 “강원도와 춘천시가 ‘글로벌 호구’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입 예산 대비 효과가 화천 산천어축제나 춘천 삼악산케이블카 사업 등에 견줘 형편없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연간 50억원 정도가 투입된 산천어축제는 23일 동안 130만명이 방문했다. 또 55억원이 투입된 삼악산케이블카도 첫해 방문객이 6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입장객 수만 봐도 레고랜드의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레고랜드 쪽은 “입장객 수 등 경영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글로벌 지침에 따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다른 기관에서 간접적으로 추산한 수치는 실제 집계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른 3월에 개장했고, 시설과 서비스도 개선돼 더 많은 입장객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