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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13번째 재계약을 앞둔 경비원이 관리사무소로부터 ‘재계약 거부’(해고) 통보를 받자, 입주민들이 계속 고용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 23일 밤, 대구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 곳곳에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우리 아파트에서 일한 아저씨가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아저씨는 아파트의 크고 작은 일을 책임지고, 우리 곁을 지켜주는 가족 같은 분이다. 아저씨의 손을 잡아주는 품격 있고 따뜻한 주민이 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적었다. 이 내용은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면서 아파트 외부로 알려졌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비원 ㄱ(71)씨는 2019년 3월부터 올해까지 3개월마다 ‘쪼개기 계약’을 갱신하며 4년 동안 일해왔다. 13번째 재계약을 앞둔 지난달 27일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4명 가운데 ㄱ씨만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ㄱ씨는 “처음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 생각해 해고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왜 나만 해고됐는지’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싫어한다’는 이상한 말까지 나돌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IMAGE2%%] ㄱ씨의 해고를 막기 위해 27일까지 아파트 주민 490명이 서명을 했다. 이 아파트에는 769가구가 산다. 서명에 참여한 주민 박아무개(74)씨는 “일 잘하는 분을 함부로 자르는 모습이 괘씸해서 주민들이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의에서 ㄱ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잘 치우지 않는 등 일을 못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업체에 사람을 바꿔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재계약 결정은 업체에서 한다”고 해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경비원 4명을 모두 바꿔달라고 해 지난 1월 집중적으로 근무평가를 진행해 결정했다. 입주민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경비원으로서 기본 임무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정 대구아파트경비노동자협의회 활동가는 “경비노동자 대부분은 고령이라 만 55살 이하에만 적용하는 기간제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이 경비노동자들을 3개월 초단기 계약으로 내몰아 부당한 처우에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