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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자연
잃어버린 자연의 경이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l 교양인 l 1만8000원
기후위기 대응을 다룬 또 한권의 책이 나왔다. 다만, 자원 재활용이나 과학적 해법, 기후 정책이나 정치적 항의 등을 담은 그동안의 책들과는 관점이 사뭇 다르다. “우리는 자연에 대한 공경심을 회복해야 한다”며 영성에 호소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단지 다르게 행동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자연 세계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호소를 하는 지은이는 ‘축의 시대’(2006년)로 유명한 영국의 종교학자다. ‘축의 시대’는 세계 주요 종교와 철학이 등장한 기원전 900~기원전 200년의 인류사를 다룬 역사책이다.
‘자연에 대한 공경심 회복’을 위해 지은이는 다양한 영성 대가들과 종교를 소환한다. “하늘은 나의 아버지요 땅은 나의 어머니이며…만물이 나의 동무다.”(장재, ‘서명’ 발췌) 지은이는 이 책에서 논의한 많은 개념들이 송나라의 유교 사상가인 장재의 이 글에 종합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며, 장재의 ‘서명’을 책 들머리 한 면을 할애해 인용해놓았다.
“너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논어’) 지은이는 공자가 ‘황금률’로 불리는 이 선언을 처음 한 사람으로 꼽힌다며 “(유가는) 자기의 욕심 많고 편협한 요구를 체계적으로 옆으로 밀어놓음으로써 자연 세계에 생명을 주는 성스러운 힘을 향한 새로운 통찰을 계발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케노시스’는 자기비움·자기부인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지은이는 “붓다는 마치 에고(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제안했다”며 “자기를 계속 생각하면 자기중심적 관념과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음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밝힌다. 그는 이어 기독교와 이슬람교도 언급한다. “케노시스는 기독교가 출발할 때부터 예수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핵심이었다.” “이슬람교도의 핵심 덕목 가운데 하나가 케노시스였다. 이슬람(Islam)이라는 말은 ‘굴복한다’는 뜻인데 특히 에고의 굴복을 뜻한다.”
불살생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아힘사’는 인도 자이나교의 핵심 교리다. 지은이는 “자이나교도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것의 성스러움을 의식한다. 그들은 매일 모든 것을 세심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핀다”고 한다.
이러한 영성 길어 올리는 작업을 통해 지은이는 우리가 “더 슬프고 지혜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그 이유는 “환경 위기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우리의 개인적 책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피해를 복구하는 일에 나설 수 있도록 머리와 마음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