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세로·2만2000원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후각을 다룬 신간 <냄새>를 손에 들자마자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의 대목이 떠올랐다. 인간이 살아 있는 한 호흡을 멈출 수 없고 호흡과 함께하는 후각은 코 상피 세포가 모조리 사라지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감각이 아니던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시각과 청각 정보에 반응하는 뇌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수준까지 뇌 신경과학이 발전한 마당에 후각은 그 내재한 폭발성과 강렬함에도 왜 찬밥 신세였을까? <냄새>의 저자도 안타까웠는지 책 서두를 철학과 과학 영역에서 오랫동안 소외된 후각의 처지에 대한 토로로 시작한다. “유기체의 감각 중 가장 천박하면서 없어도 되는 감각은 무엇일까. 바로 후각이다. 냄새를 즐기는 데는 따로 교육이 필요하지도 않고 다듬을 필요도 없다.” 근대철학의 큰 기둥인 이마누엘 칸트(1724~1804)께서 이런 답답한(?) 말씀을 하셨다니!
저자 스스로 “인지 과학자이며 과학, 기술, 감각에 관한 경험 철학자이자 역사가”라고 소개한 것처럼 이 책은 후각과 관련한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부터 후각을 소재로 한 철학자·과학자들의 오랜 논쟁, 심지어 의료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후각의 활용 현황과 가능성 등을 풀어낸다. 물론 단순히 코로 들어온 냄새가 어떤 경로로 뇌를 자극하고 마음에까지 닿는지 궁금한 독자들도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인의 토라진 마음을 내 코는 짚어낼 수 있을까?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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