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본능의 미래
제니 클리먼 지음, 고호관 옮김/반니·1만8000원
인간보다 더 똑똑한 로봇, 아니 인간과 교감하며 인간보다 더 따뜻한 위로와 안식을 주는 로봇.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이다. 돈 냄새를 잘 맡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공학과 인간 같은 인공지능이 함께 빚어낼 미래를 상찬하지만 그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인간 같은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일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인간이 골치 아픈 인문적·법적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깊어지고 커지면서 ‘로봇과의 결혼을 허용(또는 인정)할 것인가’ ‘로봇에도 기본권은 있는가’와 같은 주제로 과학자와 철학자, 법학자, 정치인이 날 선 토론을 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될지 모른다.
영국 <가디언> 기자 출신 인권 저널리스트인 제니 클리먼이 쓴 는 저자가 ‘자연(혹은 신)의 섭리’로만 여겨졌던 섹스, 출산, 죽음이란 영역에서 최첨단 기술을 뽐내는 기업 등을 두루 다니며 보고, 듣고, 고민한 이야기를 담은 르포집이다. 원초적 본능이 ‘인간 같은 인공지능’ ‘인간을 대체하는 공학’의 등장으로 어떤 도전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묻고 답한다.
“임신하지 않고 아기를 가질 수 있다면, 로봇과 이상적인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완벽하게 죽을 수 있다면, 인간 본성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에 대한 정의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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