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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 현대차의 스포츠실용차(SUV)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9월14일 하루 동안 올해 생산 가능 물량 1만2천대를 훌쩍 넘긴 1만8940대의 주문을 받았다. 국내 승용차 가운데 최다 계약 기록이었다. 깜찍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외관, 실내 공간 조절이 가능한 시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9월 말까지 2만6천여대가 예약됐는데 앞으로 4개월 정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캐스퍼가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차를 생산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 광산구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지지엠은 국내에 23년 만에 설립된 완성차 생산 공장이다. 18만3천평 규모의 터에 차체, 도장, 조립 공장을 모두 갖추고 시간당 28대씩 연간 10만대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지금은 시간당 22대의 캐스퍼를 생산한다. 지지엠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캐스퍼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지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자리를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최대주주로 나서 만든 회사다. 광주시가 출연한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지분 21%로 최대주주이고, 현대차(19%)와 금융기관, 지역업체, 자동차부품업체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연구개발 및 판매 등은 현대차에서 맡고, 지지엠은 현대차의 위탁을 받아 자동차를 생산한다. 지지엠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1호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지엠은 현재까지 570여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광주전남 지역 인재가 498명으로 87.4%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275명)를 차지해 다른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사’다. 평균연령이 28.3살이고 대부분 올해 3~5월 입사했다. 5~6개월간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레벨2’ 인증을 받아야 생산 현장에 투입된다. 레벨2는 일정 시간 안에 자신이 맡은 일을 끝내고 다음 공정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지지엠은 1천명의 인력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지엠 쪽은 공장 설립부터 ‘지역 상생’이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공장 건설에 투입된 44개 장비업체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업체의 참여율이 95%(42개)에 달했고, 인력도 연인원 13만7200여명 중 지역 인력이 10만9350여명으로 79%를 차지했다. 또 하도급 대상 공사금액의 62.8%가 지역 업체에 지급됐다. 이 밖에도 공장 구내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의 30% 이상을 지역 식자재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구내식당 직원도 70% 이상을 지역 주민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은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하고 지역 주민들의 성원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지지엠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은 없다. 대신 2021년 6월 설립신고를 마친 ‘빛그린산단노동조합’이라는 산업단지 차원의 노조(산단 노조)가 있다. 광주시와 한국노총 등 노·사·민·정이 산업단지 내 집단적 노사관계를 만들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지지엠의 직원들 연봉은 다른 완성차 업체의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느낄 만도 하지만 570명 직원 가운데 산단 노조 조합원은 30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지엠에서 노사 문제는 노사상생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한다. 상생협의회는 노동자 쪽과 사용자 쪽 6명씩 12명으로 구성되는데, 노동자 쪽 대표는 직접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상생협의회는 분기에 한번씩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현안이 발생할 때도 회의를 연다. 그러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지지엠은 매달 한차례 경영설명회도 연다. 전 직원에게 회사의 경영 상태를 설명하고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다. 온라인 소식지도 매달 발간해 주주들은 물론 모든 직원에게 회사의 사업추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또 노사 간 소통을 위해 직능별, 직급별, 직책별 간담회를 개최해 대표이사가 직접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듣는다. 오순철 경영지원본부장은 “우리는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노사가 함께 상생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IMAGE3%%] 지지엠은 완전 시급제를 도입했다. 주당 40시간을 일하면 40시간만큼, 52시간을 일하면 52시간만큼 임금을 받는다. 또 성과급제를 도입해 수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급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지엠의 수익금은 큰 틀에서 주주 배당과 투자유보금, 그리고 성과급으로 배분되는 구조다. 오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주거 지원과 공동어린이집 운영, 통근버스 지원 등 사회적 임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원한다. 이런 임금체계는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지지엠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지엠에 대한 노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민주노총은 설립 초기부터 “노동 3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상생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노조 할 권리를 봉쇄하고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천명한 것이다. (지지엠 일자리는) 무늬만 정규직일 뿐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지엠 설립 논의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한국노총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캐스퍼 생산 초기라서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직원들의 주거와 교육 지원이 미흡한 것을 제외하면 상생형 일자리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상생형 일자리의 성공 여부는 대주주(광주시, 현대차)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MAGE4%%] 지지엠에 대한 또 하나의 우려는 지속가능 여부다. 앞으로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다. 정부 추산으로는 2030년 친환경차의 전세계 판매량이 5천만대(점유율 47%)를 기록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생산 공장을 만든 것을 과연 미래지향적인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현재 라인을 변경하지 않고도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주문만 있다면 언제든지 전기차와 수소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지역경제는 심각하다. 1인당 국민소득(2019년 기준)은 2770만원으로 전국(3760만원)의 74%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2015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오히려 0.1%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광주에서 빠져나간 인구는 6083명인데, 그중 절반이 20~30대(3137명)였다. 지지엠은 광주의 지역경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