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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1월21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맹공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정부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 정부라고 말하는 게 옳다”고 썼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공공 일자리 증가에 따른 것일 뿐 사정은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한해 동안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1084만명으로 무려 521만4천명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36시간 이상 일한 전일제 취업자 수는 오히려 21.2%나 급감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것이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진짜 성적표”라며 “‘일자리 화장술’,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모욕감을 느낄 만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들어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 등을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흘 뒤 반박에 나선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에스엔에스 게시글은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윤 후보의 글은) 고용동향 조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 일자리에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매월 발표되는 고용동향 조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 국민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사정은 열악하기만 한데 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일침을 날릴 수 있는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난 12월27일 김 부위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윤 후보의 일자리 정책 비판이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그렇다. 고용동향 조사는 그달 15일이 들어 있는 주의 실제 취업시간을 조사하는 것이다. 윤 후보가 언급한 통계는 지난 10월 통계인데, 15일이 포함된 주에 대체휴일(10월11일)이 있었기 때문에 32시간(주 4일 8시간 근무) 근무가 표준이었다. 전일제 취업자도 야간이나 연장 근무가 없었다면 32시간밖에 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이 모두 36시간 미만으로 분류됐던 거다. 이들은 11월 고용동향 조사에서 36시간 이상 근무한 전일제 취업자 수에 모두 반영됐다. 이런 상식을 모르고 숫자만 보고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가 실제로 일자리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성적표가 좋은 건 아니지 않나? “일자리 관련 어떤 통계를 보더라도 ‘일자리 파괴 정부’는 맞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나라들이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취업자 수가 가장 많았던 때(2020년 2월)의 85%까지 떨어졌다 . 15%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반면 한국은 96%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용 유지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10월 기준 고용 회복 수준은 고점 대비 99.9%에 달했다. 경기가 좋은 미국(97%)보다 앞선다.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개선된 측면이 있다.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저임금 노동자(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노동자) 비중이 2016년 23.5%에서 2020년 16%로 떨어졌다. 오이시디 평균(15.3%, 2018년 기준)엔 못 미치지만 과거에 비해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노동소득분배율도 2015년 62%에서 2020년 67% 정도로 개선됐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유지 정부’라고 할 수 있다.” [%%IMAGE2%%]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는데? “2019년에 통계조사 방식을 바꿔서 1년 이상 계약한 상용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분류된 결과다. 이들은 이전까지 비정규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또 민간영역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배달 등 플랫폼 노동 형태의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다. 여기에 인구고령화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도 있다. 이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게 문제다. 한국은 원래 이 격차가 큰 나라가 아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임금 격차가 100(대기업) 대 70(중소기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 대 50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또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오이시디 기준 250인 이상 피고용자 비중이 한국은 27%에 불과하다. 오이시디 평균은 40%에 이른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기업의 경제적 비중이 크다. 지난 9~11월 3개월 동안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기업의 수출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일자리를 더이상 많이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제 영역에서 혁신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지만 그 결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확산되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등을 추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업들이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형성해서 혁신의 성과를 중소기업과 나눌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정책의 성과는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들도 최근 강조되고 있는 ‘이에스지’( ESG,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맞게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청년 4명 가운데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개선된 게 거의 없는데? “15~29살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취업자 수 등 양적 지표는 개선됐다. 특히 25~29살의 취업자 수가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2021년 11월 현재 거의 회복됐다. 하지만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여전히 좋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절반 수준으로 확 줄었다. 이전 정부에서는 15만명 규모의 대기업 신규채용이 매년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17년도에 마이너스 2만명이었고, 최근에는 7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청년층의 ‘입직연령’(첫 직장을 구하는 나이)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경력채용 중심으로 가고 있다. 경력채용이라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다. 경력을 채우기 위해 스펙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취직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다. 교육훈련 기간이 이전에 비해 더욱 늘어나게 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청년 취업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쿨 투 워크’(school to work)가 원활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형태가 달라짐으로써 이것이 원활하지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정권 초기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강했지만 결과는 안 좋은 것 같다.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세웠다고 생각한다. 생명 안전 분야는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고, 다른 상시·지속 업무는 직접 채용 또는 자회사를 통해서 정규직화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목표로 삼았던 게 20만5천명이었는데, 96%인 19만7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됐고 임금 수준이 연 500만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존 정규직과의 격차가 유지됐다. 이 점에 대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27일 재벌 오너들과 만나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고 했다. 집권 초기에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었는데? “내가 직접 들은 게 아니라서 발언 취지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웃음) 아마도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아닌가 한다. 일자리는 정부와 기업이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97년에는 30이었다. 이는 10억원을 투자하면 고용이 30명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2015년에는 이 수치가 12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2019년에는 10으로 떨어졌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과거 고용 창출 효과가 컸던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2014년 3.62로 떨어졌다. 이처럼 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저조하기 때문에 정부 역할론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에서 창업 지원, 정책금융, 원천기술 개발, 조달, 그리고 구조조정까지 기업의 생로병사를 관리하는 기능이 있다. 이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역할이 보조금 지원과 규제 완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차기 정부에서도 일자리는 여전히 주요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일자리는 ‘플랫폼’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된다. 플랫폼 일자리는 소수의 좋은 일자리와 다수의 불안정한 일자리, 극소수의 엄청난 이익을 독식하는 집단을 만드는 형태가 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잘 대응하면 한국이 국제적 모범 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료들에게 그런 디엔에이는 없는 것 같다. 유럽 등에서 진행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이나 법적 규제 등을 우리가 쫓아가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우리가 선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 문재인 정부도 저임금 일자리 감소라든가 남녀 임금격차 해소라든지 성과가 있지만 이전부터 지속됐던 격차를 만회하진 못했다. 그게 매우 아쉽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2020년 2월)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 위원(2017년)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 <알림> ‘HERI이슈’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이 만드는 새 콘텐츠 지면입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한층 더 심층 분석해 보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