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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짜라서 좋긴 한데...말 바꾼 추경호의 명절 통행료 ‘조삼모사’

등록 2022-09-09 09:00수정 2023-07-05 19:00

[정책BAR]
코로나 때 멈춘 ‘통행료 면제’ 2년 만에 부활
여당에서도 ‘포퓰리즘 정책’ 비판 목소리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오른 차들이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오른 차들이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추석 연휴(9월9일∼12일) 나흘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됩니다. 지난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석) 연휴 가계 교통비 경감을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운을 뗀 뒤 약 한 달 만에 확정된 겁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시작됐는데,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단됐습니다. 추 부총리는 처음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시작될 당시 앞장서서 반대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인물이었는데요. 4년 뒤 경제부총리가 된 그는 자신이 강력하게 비판했던 정책을 2년 만에 재개시켰습니다. 지난 4년 사이에 어떤 상황 변화가 생긴 걸까요?

2018년 9월, 야당 의원이었던 추 부총리는 그해 추석을 맞이해 보도자료를 내면서 2017년부터 시행된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 정부 정책으로 한국도로공사가 1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도로공사는 2017년 추석 연휴 3일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로 535억원, 2018년 설 연휴 3일 동안 442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납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추 부총리는 “도로공사 부채가 28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매년 1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공사가 그대로 떠안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도로공사 손실이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정부나 도로공사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도로공사의 부채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추 부총리가 문제를 지적했던 2018년만 해도 부채가 28조원대였는데, 2021년 결산 기준으로 33조2834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부채비율도 2018년 80.76%에서 2021년 82.96%로 소폭 악화했습니다. 매년 1천억원에 이르는 도로공사의 손실에 대한 대책을 따로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추 부총리가 의원 시절 지적했던 문제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재정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성과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니 도로공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2년 만에 재개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대해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 정책(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은 2017년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실시했고, 2019년에는 아예 유료도로법을 개정해서 법적 근거까지 만든 것”이라며 “나는 이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몇 가지 반대 이유를 꼽았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면 국도를 이용할 사람들도 고속도로로 쏠려 정체가 더 심화할 수 있고, 통행료는 이용자 부담이어야 하는데 면제를 해버리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은 국민까지 그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자차를 몰고 고향에 가는 사람은 아예 귀향길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처지에 있으니, 정부 지원은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고물가 상황에 ‘가계 부담 완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추 부총리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의 문제를 지적했던 2018년과 달리 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라 가계 부담이 상당하기는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 명절 연휴 동안 서민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가 가장 크고,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이동을 통제해왔는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 호응이 좋다는 점도 물론 고려됐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장 이번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아서 기분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 재정 상황은 4년 전보다 더 악화했고 지금보다 더 악화한다면, 나중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게 바로 조삼모사 아닐까요?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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