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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인맥왕’ 이창용이 말하는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

등록 2022-10-17 06:00수정 2022-10-17 15:37

강달러·고유가로 한국경제 수입 주름살
한국 달러빚 적지만 비은행발 위험 주시
미·중 갈등에 한국 실물경제 악화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동행취재단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동행취재단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계에선 ‘인맥(네트워크) 왕’으로 불린다. 미국 경제학계 거물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추천을 받아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을 지냈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주도했고 현재 미국 재무부의 ‘숨은 실세’인 데이비드 립튼과도 아이엠에프 근무 경험 등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 디시(DC)를 방문한 이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각) 파월 의장, 고피나스 수석부총재 등과 회동하며 얻은 정보를 들려줬다.

이 총재는 우선 “각국은 지금 일어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시급한 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료라고 여기는 분위기”라며 “다만 ‘해결책이 뭐냐’며 답답해하는 분위기여서 이 전쟁이 생각보다 지리멸렬하게 오래갈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며 나타난 ‘킹달러’(달러 초강세)와 각국의 고환율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는 “예전엔 강달러에 유가가 낮은 적이 많았지만 이번엔 유가가 높으면서 강달러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며 “원자재 수입 쪽에서 높은 유가와 달러 강세로 어려움이 두 배가 되고 있다는 게 우리에겐 나쁜 뉴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강달러가 미칠 파급 효과가 토론의 큰 주제였다”고 소개했다.

파장은 두 갈래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달러 부채가 많은 나라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 반면 달러 부채가 적은 한국 같은 나라도 위기의 도화선이 없진 않다. 이 총재는 “아이엠에프의 관심사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은행 규제는 잘 되고 있지만, 비은행 부문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국이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발표한 뒤, 재정 악화 우려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를 투매해 채권값이 급락하고 시장 불안정이 확산한 게 대표적이다. 대출을 끼고 영국 국채에 투자한 연기금 운용사 등이 담보 가치 하락으로 보유 채권을 추가로 내다 팔며 연쇄적인 부실 확산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총재는 “이처럼 은행이 아니라 연금 펀드나 자본시장 등에서 갑자기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변동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를 두고 토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번 출장에서 관심 있게 본 건 따로 있다. 고피나스 수석부총재가 이 총재에게 보여준 한 그래프다. 이 총재는 “전 세계의 지난 10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을 그린 그래프인데, 이 비중이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20년부터 1940년까지 급속히 낮아졌다가 다시 올라서 1980년부터는 세계화 영향으로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그 비중이 지금 굉장히 많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추세가 보이는데 이게 가속화되겠느냐는 이슈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긴장 등으로 세계가 파편화되고 경제 블록화되면 일종의 냉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굉장히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총재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심해지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2000년 이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빠르게 성장한 덕분에 지난 20년간 중국 특수를 누린 우리가 중장기적인 산업 다변화, 지역 다변화 등 구조적 변화를 위한 숙제를 해놓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시장 전망으론 고금리 지속과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무한히 계속될 수는 없다”며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게 끝나고 추세가 바뀌면 시장의 심리도 급격히 바뀌는 등 빠르게 변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 대응 논의와 원유 감산 등으로 에너지 가격과 달러 강세가 서로 상승 작용을 하며 고물가·고금리가 계속될 여지도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이라기보다 최근 몇 달 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열심히 보고 있지만 옛날 같은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를 두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것”이라며 “그것에 대비해 우리도 연준과 굉장히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발 위기의 국내 전이 우려엔 “우리는 아직 비슷한 구조를 이용한 금융 거래가 발전하지 않아 그런 문제는 없는 거 같다”면서도 “이자율이 급격히 오르고 환율 변동이 심할 때 예상치 못한 거래가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한은이 원화 유동성을 어떻게 공급해 줘야 하는지 그런 걸 지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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