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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고물가가 잡히기 전까지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3.5% 내외에서 일정 기간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통화 긴축 여파로 내년 우리 실물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고 내후년인 2024년에야 경기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조 원장은 내다봤다.

조 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이 우리나라는 마무리해가는 국면이고, 미국도 긴축 사이클의 후반부에 가 있는 모습”이라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와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이 3.5% 안팎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현재 3.25%에서 한은 금통위가 언급한 최종 금리 전망 3.5% 수준까지 오른 뒤, 금리 인상이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2016∼2020년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바 있다.

다만 그는 내년 기준금리 인하로의 전환 가능성을 두고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조금씩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내년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하긴 시기 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진 기준금리도 3%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리라는 것이다.

또 조 원장은 “내년에는 올해 단행한 큰 폭의 통화긴축의 효과가 나타나며 실물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굉장히 어려웠던 금융시장의 경우 내년 하반기로 넘어가며 안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제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구조적 측면보다 통화 긴축에 의한 순환적 측면에 기인한 것인 만큼 어려운 국면이 한없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내년에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후년부터는 정상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경우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대중국 수출이 단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내려가는 추세여서 수출 둔화 추세를 반전하긴 역부족”이라며 “대중국 수출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과거처럼 호황을 지속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로는 저출산·고령화를 꼽았다. 조 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르신들이 더 오래 일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단기 위기 대응뿐 아니라 연금·교육·노동시장 개혁 등 중장기 구조개혁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논쟁에 관해선 “기본적으로 법인세를 감면하는데 투자가 더 위축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투자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건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