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 시스템’을 보면, 2월 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량은 15만7068주, 금액으로는 53억3400만원이다. 거래량, 대금 모두 전체 거래의 0.02%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고려해 공매도 금지 조처가 내려진 3월 16일 4409억원(5.13%)에 견줘선 크게 줄어 미미하긴 해도 공매도 거래 실적이 있는 것은 금지 조처의 예외 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외 대상은 시장조성자(market maker)이다. 시장조성자 역할은 한국거래소와 별도 계약을 맺은 국내외 증권사들이 맡고 있으며 현재 22개사로 이뤄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양방향에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를 뒷받침하고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선진 시장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IMAGE2%%] 시장조성자는 금지 기간에도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여러 규제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공매도 제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줄곧 불신과 의혹의 대상으로 꼽혀온 터였다. 공매도 반대를 깃발로 내걸고 있는 개인 투자자 모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네이버 카페’ 게시판에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비판하는 글로 빼곡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공매도 금지를 5월2일까지 재연장하고 이후 대형주 중심으로 부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힌 자리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은 이런 반발 때문이었다. 국내에 시장조성자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이다. 당시엔 파생시장(국채선물)에만 도입됐고, 주식시장으로 확대된 것은 6년 뒤인 2005년이었다. 본격화한 것은 2015년 거래세 면제 이후부터였다고 금융위는 설명한다. 이 제도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해마다 기관들 중 시장 조성자를 지정해 거래 부진 종목 중심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내도록 하고 적정 호가가 없는 경우 신규 호가를 제시해 거래 체결 가능성을 높인다. 금융위나 거래소 쪽은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쪽으로 주문이 몰려 있으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시장 조성자들이 개입해 주문을 내도록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현재 시장조성자 구실을 하는 22개사 중에는 메리츠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골드만삭스, 에스지(SG), 씨엘에스에이(CLSA) 같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포함돼 있다.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842개 상장주식(코스피 659개+코스닥 183개)과 206개 파생상품이다. 시장조성 업무는 그 특성상 불가피하게 공매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예컨대 주식선물의 매수 호가를 내 체결된 상태에서 같은 물량의 주식 현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할 때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공매도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자는 목적이지 시장조성자 자신의 이익을 챙기자는 것이 아니어서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한다는 명분으로 연결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싼값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식의 일반적인 공매도 기법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시장조성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과 의심은 오해나 억측으로 여겨질 수 있겠는데, 국회 쪽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금융위와 거래소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한 예다. 2016년 이후 줄곧 코스닥보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코스피 시장 쪽에서 시장조성 종목이 훨씬 많았다는 내용이다. 유동성 공급 목적이라는 시장조성 제도의 취지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결과였다. 여기에 더해 시장조성자들의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2017년 1월~지난해 6월까지 한국거래소가 집중 점검을 벌인 결과였다. 금융위나 거래소 쪽은 단순 실수나 오류라는 식으로 설명할 뿐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주식 공매도 제도 개선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 쪽에 이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반발에 맞닥뜨린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기본 방향’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미니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시장 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게 그중 하나다. 미니코스피200은 일반 코스피200 선물과 동일하게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계약당 거래금액을 기존 상품 대비 20% 수준으로 낮춰 소액 투자를 가능케 했다고 해서 이름에 ‘미니’가 붙었다. 이 조처로 전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이 42%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금융위는 추정한 바 있다. 금융위는 또 주식시장 조성자에 대해 ‘업틱룰’(up-tick rule) 면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시계 초침 소리에서 비롯된 ‘틱’은 주식시장에서 최소 변동가격(1호가 단위)으로 쓰이며 가격대별로 달리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4일 종가 8만2500원)가 포함된 가격대(5만~10만원)의 ‘틱’은 100원이다. 매도든 매수든 최소 100원 단위로 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틱룰은 현재 체결가보다 적어도 한 단위(삼성전자의 경우 100원)는 높게 공매도 주문을 내도록 하는 규칙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공매도 주문을 냄으로써 시장을 교란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이 규제의 예외였던 시장조성자도 이제 적용을 받도록 한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다. 이밖에 유동성이 높은 종목은 시장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장조정 대상 종목 졸업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은성수 위원장은 3일 공매도 관련 발표 때 이를 재확인했다. 금융위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과 함께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법에 맞춰 이상 거래 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 단위로 단축하는 것을 비롯해 불법 공매도 사후 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개정법은 오는 4월 6일 시행 예정이다. 금융위와 거래소 쪽에서 이처럼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과 공매도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3일 금융위의 공매도 관련 방침 발표 뒤에도 한투연 네이버 카페에는 시장조성자 제도와 공매도에 대한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게 한 예다. 금융위나 거래소 쪽 일각의 시각처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오해, 억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도의 운용 과정에 불법 변칙 행위가 얽혀 있고 그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불신이 많이 쌓여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나 거래소가 시장조성자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에서 이미 그동안의 문제점이 드러난 측면도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