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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지난달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2019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년 3월로 예정된 임기 만료에 맞춰 퇴진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케이티 안팎에서 여러 뒷말이 나온다. “케이티 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위한 용단”이라는 평가와 “정말로?”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섞이며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으로,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연구개발(R&D) 단장을 거쳐 2014년 1월 케이티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2017년 3월 연임했다. 선임 때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고, 연임 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부역’ 논란에 휩싸였다. 황 회장이 직접 “내년 3월 퇴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케이티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회장 스스로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회사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최고경영자 누구도 하지 못한 자진 퇴진 결정을 했다. 좋은 선례가 남게 됐다”는 칭송이 붙기도 한다. 반면 황 회장의 진의가 ‘퇴진’이 아닌 ‘그만 좀 흔들라’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회장은 상품권을 현금화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건으로 사기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황 회장이 정말 ‘사심 없이 퇴진할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측근을 후임으로 선임해 ‘케이티 역대 최고경영자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 임기를 마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케이티에 쏟아붓겠다’고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전망은 황 회장이 케이티 고문직이나 자문직을 수행하면서 차기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을 거쳐 새 정부 장관직을 노릴 수 있다는 ‘소설 같은’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현직 사장급에서 차기 회장이 선임된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구현모 커스터머앤미디어사업부문장(사장·등기이사)과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모두 황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김인회 사장은 황 회장처럼 ‘삼성맨’ 출신이다. 김인회 사장은 아직 등기이사가 아닌데,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건으로 이사 재선임이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을 대신해 등기이사로 선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회장의 퇴진 발언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다. 한 임원은 “케이티 최고경영자 자리는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며, 일단 앉으면 절대 스스로 내려오지 못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수사와 감옥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물러나지 않다가 회사를 수렁에 빠트린 전직 최고경영자들의 행태를 통해 이미 입증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케이티 최고경영자 자리는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은 물론 장관과 청와대 고위직 출신들이 탐내왔고, 일단 회장이 된 뒤에는 오래 머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케이티 전직 최고경영자나 최고경영자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임원들은 “민영화 뒤 최고경영자가 아무 조건을 달지 않고 사심 없이 스스로 퇴진한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연임을 고집하다 검찰 수사를 받는 곤욕을 치른 뒤 사실상 쫓겨났다. 스스로 깔끔하게 퇴진한 것으로 알려진 ㄱ사장은 실제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못 물러나겠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높은 곳에서 물러나라고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는 “현직 수준의 의전을 6개월만 약속하면 잡음 내지 않고 퇴진하겠다”며 정권 관계자 및 후임 후보와 ‘딜’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케이티 최고경영자를 더 하기 위해 정부 고위직 차출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 ㄴ사장은 끝내 물러나게 되자, 몇년 뒤 케이티 최고경영자에 다시 응모하기도 했다. 한 전직 최고경영자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한결같이 하루라도 더 머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는지, 한심하기조차 하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케이티 회장 자리에 집착할까. 케이티와 포스코 등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의전은 재벌 사주 회장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티 전직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탄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최고경영자가 서울역에 뜨면 삼남 지방의 케이티 임직원들이 영접 준비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옛 정부의 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재임 때부터 ‘나중에 포스코나 케이티 회장으로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 회장이 쓸 수 있는 회삿돈도 막대하다. 이석채 회장 이후 회장 급여가 성과급을 합쳐 20억원대로 뛰었고, 황창규 회장은 24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른바 업무추진비와 외부 자문료 등의 이름으로 따로 지출되는 비용도 엄청나다. 이석채 회장 시절 고위 임원을 지낸 ㄷ씨는 “내부적으로 ‘회장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인들을 본사 사업부문이나 자회사의 자문역 등으로 앉히고 지급하는 비용도 엄청났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의전에 비해 경영을 엉망으로 해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재벌 회장은 경영을 제대로 못 하면 주가가 내려가며 재산이 준다. 하지만 케이티 최고경영자는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을 엉망으로 해도 재산이 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경영을 잘못해 실적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특정 기간의 주가 흐름이나 정성적 평가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챙겨가기까지 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도덕적 해이’가 분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외이사와 노조도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한 케이티 관계자는 “이렇게 최고경영자를 잘 챙겨줘야, 고위 임원들에 이어 직원들까지 자신들의 몫을 챙길 수 있다.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는 사외이사들이 감시하고, 이런 메커니즘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는 노조가 감시해야 하는데, 잘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