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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이 조종사를 구하지 못해 결항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회사 쪽과 임금인상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조종사 스탠바이(대기) 거부 등 쟁의행위를 이어갔고, 회사는 적절한 운항 스케줄 조정 등 대응을 하지 못했다. 조종사노조는 회사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11시5분 호치민 도착 예정이던 OZ731편이 조종사노조 단체행동으로 인해 결항됐다. 탑승 예정 승객들에게는 전날 밤 결항 사실이 공지됐다. 같은 날 오후 12시5분 호치민을 출발해 오후 7시25분 인천으로 돌아오는 OZ732항공편도 차례로 결항됐다.

아시아나항공 노사 쪽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중국 창사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편에 문제가 생겨 다른 조종사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인 인력 공백이 생겼다. 이번 결항은 그 영향으로 인해 호치민행 비행기에 투입할 조종사를 회사가 구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스탠바이(대기) 거부 등 조종사노조 단체행동으로 조종사 섭외가 불가했다”며 “결항된 승객들은 앞으로 비행이 예정된 항공기를 더 큰 항공기로 바꿔 태우거나 다른 항공사 좌석을 제공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바이’는 비행기 조종간을 잡을 인력 공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일부 조종사들이 대기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대기 상태에 있지만 관련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조종사 노조가 지난달 7일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래 국제선 항공편이 결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쪽은 노조가 준법투쟁에 돌입한 뒤 지난 15일까지 국내선 8편이 결항되고, 국제선 35편과 국내선 19편 등 54편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그중 지난 2일 인천에서 출발해 센다이로 향하는 항공기는 24시간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노조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임금협상을 시작했지만 9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금인상률을 두고 노조가 제시한 10%와 회사 쪽이 제시한 2.5% 사이의 간격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7일 회사 지시에 따라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 이외의 일을 중단하거나 보수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준법투쟁을 진행했다. 조종사노조는 4번째 교섭이 결렬되면서 지난 14일 쟁의행위 수준을 더 높인 상태다.

조종사노조와 회사의 마지막 임금협상은 2018년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나 5년여 만에 임금협상을 재개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운항의 호조로 2021~2022년 모두 1조18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를 직원들과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회사는 여전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고 부채비율이 지난해 4분기 1482%에서 올해 1분기 1671%로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어 더 이상의 임금 인상은 불가하다고 맞선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수당이나 복지적 측면에서 충분한 보상안이 제시되면 당초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회사는 2.5%에서 단 0.1%도 물러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와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24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과 노·사가 맺은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따라 파업 때는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국내선 50%의 인력 또는 운항률을 유지해야 한다. 노조는 이같은 방침을 준수하며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앤데믹’을 맞은 항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뤄왔던 임금협상을 본격 재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 모두 10% 임금인상안을 타결한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일반 노조와 임금총액 3.5% 인상, 경영성과급 한도 상향, 복리후생 향상을 골자로 하는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조종사노조와는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다. 제주항공 조종사노조도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올해 2월 전 직원 13%, 진에어는 전 직원 10% 임금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