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일본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소재·부품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90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대일 의존도를 낮출 기회로 삼고 소재·부품 분야에서 국산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지역별 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67억달러(약 7조8천억원) 적자였다. 올해 상반기 대일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소재·부품 분야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셈이다. 소재에서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무역수지 적자가 18억4천만달러로 컸고, 부품에서는 전자부품(-21억2천만달러)의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소재·부품 분야의 대일 무역수지는 151억달러(17조7천억원) 적자로, 2014년 이후 5년간 763억달러(89조4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분야에서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240억8천만달러로,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223억8천만달러)보다도 컸다. 산유국도 아닌 나라와의 교역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 것을 통해 우리 산업이 핵심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기보단 일본산 수입에 의존한 채 그동안 몸집을 키워왔음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과의 교역에서 단 한차례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 54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수지 누적 적자 규모는 6046억달러(약 708조원)에 이른다. 국내 산업의 취약한 고리를 파고든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우리나라의 대일 기술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던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라며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방안은 결국 기술력 강화를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각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IMAGE2%%] 역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여년 전부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펼쳤고 2010년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선 적잖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간 축적한 기술력이 필요한 반도체 등의 소재·부품 분야에선 일본 기술을 따라잡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핵심 기술의 국산화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초 소재·부품 산업에 매년 1조원씩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3가지를 비롯해 국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국내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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