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금융위원회가 3일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로 늘린 뒤 부분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일종의 절충안이다. 공매도 금지 종료 시점을 3월15일에서 5월2일로 늦춤으로써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하는 동시에 5월3일부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대해선 공매도를 재개함으로써 증권업계의 요구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에서다.

추가 연장 조처에 따라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은 약 1년2개월에 이르게 됐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에 맞닥뜨려 두차례에 걸쳐 시행한 공매도 전면 금지 때는 기간이 각각 8개월(2008년 10월1일~2009년 5월31일)과 3개월(2011년 8월10일~11월9일)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뒤 우리나라를 비롯해 12개국이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10개국은 이미 해제한 상태다.

그럼에도 추가 연장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제기되고,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최근 특정 종목(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을 찍어 공매도 세력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겠다고 공개 선언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재연장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연장론’에 가세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사정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이런 반발 기류에 밀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월11일까지만 해도 “3월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가 열흘도 지나지 않은 19일 “정해진 게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로 물러났다.

오는 5월3일부터 공매도할 수 있게 되는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권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이다. 코스피200은 전체 종목 수(917개)의 22%, 시가총액(2060조원)으로는 88% 수준이다. 코스닥150은 전체 종목 수(1470개)의 10%, 시총(392조원)의 50%에 이른다. 금융위는 부분 재개 종목에 대해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종목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하고 파생상품시장과 주식시장 간 연계거래 등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으로 평가했다. 황 위원은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전면 재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과열을 걱정할 정도의 시장 상황을 생각할 때 부분적으로라도 재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제도 보완 후에 공매도 재개라는 주장에 금융당국도 수긍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조처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인 선택으로 여겨지지만, 그동안 개인 투자자 쪽의 주장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지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거나 아예 공매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던 터였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형 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한마디로 선거용 미봉책”이라고 깎아내렸다.

5월3일 이후에도 공매도 금지 대상으로 남아 있는 나머지 2037개 종목의 재개 문제도 불씨로 남게 됐다. 금융위는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후 재개 방법과 시기를 별도로 결정하기로 했다”고만 밝힌 상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