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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개정 ‘임대차 3법’이 시행(7월31일)된 지 석달이 지나면서 전월세시장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대차 3법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임차인들이 새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통해 ‘2년+2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법 개정 이후 계약 만료를 앞둔 상당수 임차인들이 갱신청구권을 활용하고 있으며, 재계약하는 경우 임대료 인상률은 최대 5%(전월세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초기로 아직 임대차 3법이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탓에 집주인 ‘꼼수’, 세입자의 과도한 요구 등 집주인과 임차인 간 이해가 충돌하면서 갈등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월세 계약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난 데 따라 4년 동안 임대료 인상분을 계약 초기에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 매물의 호가를 높이면서 8월 이후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와 학계에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초기에는 전세가격이 단기간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2년이던 임대차 계약 기간이 4년 이상으로 늘어나면 임대료 인상 제약을 받게 되는 집주인이 초기 계약 때 임대료를 미리 올려받으려는 유인이 생길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주택학회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선 임대차 계약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될 경우 초기 임대료 인상폭이 2.5~7.6%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담겼다. 지난해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법무부에 제출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도 연간 임대료 상승률이 5%라고 가정할 때 추가적인 초기 임대료 상승폭이 1.5~2.9%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학계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따른 초기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직후 주택 전셋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전국의 주택(종합) 전셋값 상승률은 0.53%로 2015년 4월(0.59%) 이후 5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수도권 주택 전셋값은 0.65% 올라 2015년 6월(0.72%)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가 전세시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추가적인 안정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서울 지역 아파트로만 시야를 좁혀보면 전국 상황과는 다소 온도차가 보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임대차 3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 0.65%, 9월 0.6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이는 지난 1월(0.72%)보다는 다소 낮은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만 놓고 본다면 임대차 3법 영향이 우려했던 만큼 크지는 않은 셈이다.
학계에서는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최근 석달 동안 전세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최근 추이로 볼 때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두 학회의 보고서는 임대차 3법이 시행 이후 신규 계약부터 적용될 것으로 가정했으나 이번 임대차 3법은 존속 중인 계약에도 적용됐기 때문이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존속 중인 계약에도 적용돼 향후 2년간의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라며 “기존 임대차의 계약갱신 기간이 종료되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계약 만료일이 분산되기 때문에 계약 물량이 단기적으로 집중돼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임대차 계약기간 4년 연장에 따른 전세 유통 물량 감소로 인해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새로 입주하는 주택, 임차인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 주택 등 신규 계약 물건은 임대료 상한 제한이 없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전세 매물이 줄어든 만큼 계약갱신과 함께 전세 이동 수요도 동시에 줄어든 상황이어서, 임대차 3법의 추가적인 규제나 완화 등 섣부른 보완책을 내놓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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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초기 부동산 시장에선 앞으로 집주인들이 주택의 처분, 수익 추구가 어려워진 전세를 꺼려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월세보다 전세의 주거비 부담이 낮은데도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가 줄고 월세(반전세 포함) 계약이 늘어나 임차인들의 주거환경이 되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 계약 물량 통계를 보면, 전세의 감소와 월세 증가 현상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집계(27일 기준)를 보면,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8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72.9%였던 전세 비중은 8~9월에도 70%선을 유지했고 10월(집계 중)에는 27일 현재 76.9%로 되레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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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선 계약갱신 때 임대료 인상 제약으로 인해 다주택 임대인들 가운데 전세를 월세를 돌리고 싶어하는 유인이 좀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월세 전환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 등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투자)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한번에 많은 물량이 월세로 전환되기보다는 보증금 상승 부분에 대해 월세 전환이 점차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저금리로 인해 전세보증금의 수익률이 감소하고 집값이 안정된 상황에서 임대인으로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세의 월세 전환을 늦추는 한편 임차인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을 기존 4%에서 2.5%로 낮추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법정 전월세 전환율 인하는 신규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 데다 실제 위반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고 처벌규정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보다는 앞으로 주택 공급물량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임대물량도 늘어나야 전월세 가격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영우 교수는 “올해 하반기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은 약 11만호로 2015~2019년 평균 대비 17% 많은 수준이며, 2022년 이후 서울시 입주물량도 연간 5만호에 이르러 입주물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셋값 상승은 제한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