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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한꺼번에 배정해달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이스라엘 지원 법안만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태로, 백악관·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인해 ‘두개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차질이 예상된다. 미 하원은 2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대대적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에 대한 143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지원 예산안을 찬성 226 대 반대 196표로 가결했다. 미국 의회에서 이스라엘 지원 법안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610억달러, 이스라엘 143억달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 1050억달러를 패키지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공화당의 신임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이 이스라엘 지원 예산만 우선 처리하려 하기 때문이다. 존슨 의장은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에 여러 번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다. 이스라엘 지원 법안은 이날 하원을 통과했지만, 최종 확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민주당이 다수당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선 부결 가능성이 높고,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도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가자지구에도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존슨 의장에게 크게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화당 법안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들어 있는 국세청의 탈세 조사 강화 예산을 깎아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책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 의장은 이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재정 책임의 원칙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대인들의 표와 자금력 등에 신경을 쓰는 두 정당은 이 법안에 대한 태도를 놓고 ‘누가 반이스라엘적인가’라는 공방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져 이스라엘에 등을 돌렸다고 공세를 펴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국세청 강화 예산 삭감을 위해 이스라엘을 이용하는 불순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공화당의 부정적 태도가 뚜렷해짐에 따라 향후 전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 배정 예산 및 대통령의 무기 인출 권한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4억2500만달러어치 군사원조를 추가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을 취할 수단이 고갈되고 대규모 지원 예산안이 의회에서 발이 묶이게 되면, 러시아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