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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란과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사우디아라비아가 10여년 간 단절했던 시리아와의 관계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사우디 외교부 관계자는 국영 방송 <알 에크바리야>에 출연해 “사우디와 시리아 사이에 영사 서비스 제공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시리아 외교부 소식통도 이날 <데페아> (DPA) 통신에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이 끝난 뒤 (사우디와) 영사 업무 재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1년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를 잔혹하게 유혈진압하고 내전으로 번지자, 사우디는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끊고 대사관을 철수했다. 당시 많은 아랍국가들이 아사드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했다며 아랍연맹(AL)에서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수니파 주요 국가로 아랍연맹을 주도하는 사우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아파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알라위파에 속한 아사드 정부는 사우디가 자국의 여러 반군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사우디와 시리아와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내전 이후 시리아는 주로 러시아, 시아파 주요 국가인 이란 등과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와 시리아가 외교 관계를 재개할 경우, 시리아의 아랍 연맹 복귀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지난달 시리아와의 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독일 뮌헨 안보 회의에서 “현재 상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고 우리는 다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아랍 국가들 사이에 합의가 있다”며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시사했다. 또한, 이달 초 아랍연맹 사무총장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전 이집트 외무장관은 사우디가 오는 5월 차기 아랍연맹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 밝히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2011년 중단된 시리아의 회원국 자격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월 시리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그간 관계가 소원했던 사우디와 다른 아랍 국가들이 시리아에 원조를 보냈고, 관계 회복도 가속화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에 이어 이달에도 아사드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했고 지난 19일 아사드 대통령이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랍 국가들 간에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는 점이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에 불을 댕길 것이라고 <아에프페>(AFP)는 짚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