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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양대 군벌 간 무력충돌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단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탈출이 시작됐다. 한국도 민간인 철수를 돕기 위해 공군 수송기를 보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22일(현지시각) 자국 민간인 91명과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공화국 등 12개국 국민 66명까지 모두 157명이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수단을 떠나 자국의 홍해 쪽 항구도시 제다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외국인 중에는 외교관과 정부 관리들도 일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현지 언론은 수단에 머무르던 이들이 호송차를 타고 수단 동부의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이동해 제다로 향하는 배를 탔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수단 내전이 시작된 뒤 외국 민간인들이 대거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뒤인 23일엔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도 철수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수단의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은 이날 트위터에 “6대의 항공기로 구성된 미군 대표부와 협력해 이날 아침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을 대피시켰다”며 “신속지원군이 앞장서서 대피 절차에 필요한 조치들을 감독하고 이들이 자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했다”고 글을 올렸다. 다만 <에이피>(AP) 통신은 “백악관이 수단 내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 시민 1만6천여명에 대해선 별도의 철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수단에 머무르고 있는 교민 29명의 철수를 돕기 위해 공군 수송기를 보냈다. 이 수송기는 21일 김해공항을 출발해 22일 오후 5시20분께 수단과 가까운 나라인 아프리카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현재는 수단 정부가 수도 하르툼 공항을 폐쇄한 상황이다. 수단 진입이 허용되는대로 한국 정부는 대기 중인 공군 수송기를 수단으로 보낼 예정이다. 수단에 있는 한국인 29명 중 28명은 주수단 한국 대사관에 모여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 수단 국적을 가진 한국인 1명은 대사관에 오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단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흐 부르한 장군과 군부 2인자인 신속지원군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부딪히며 일어난 이번 무력충돌 사태는 국제사회 중재로 이룬 휴전 합의가 여러 차례 깨지며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라마단 종료 후 이어지는 21~23일 ‘이드 알피트르’ 축제 기간 동안 휴전을 촉구해 양쪽이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수단 양대 군벌은 지난 16일에는 3시간, 나흘째인 18일과 19일에는 각각 24시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전투를 이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까지 수단에서 4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UN)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2만명 넘는 수단인들이 피란길에 올라 인접국인 차드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