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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벌 간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북아프리카 수단 사태가 2주차에 접어드는 가운데, 프란시스코 교황도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수단 군벌들은 4번째 휴전 합의를 깨고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어, 사태 장기화 우려가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불행하게도 수단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최대한 빨리 무력 분쟁을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며 신자들에게 수단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뒤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자 교황도 우려를 표한 것이다. 지난 9일 간 이어진 전투로 수단에서는 현재까지 420명 이상이 숨지고 370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집계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외적으로는 전투를 멈출 것을 수단 군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 이들이 대외적인 메시지와는 달리, 물밑에서 자신들의 손익을 셈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수단이 이미 주변국들에 장악됐다고 짚었다. 신문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양대 군벌이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 간 독재를 이어오던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을 몰아낸 뒤 수단은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는 외부 강대국들이 수단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기도 했다”며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은 나일강과 홍해를 끼고 있어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고, 막대한 광물자원과 농업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외부 세력들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 심지어는 무기를 제공하면서 수단의 민주화 세력을 약화시켰고, 수단이 전쟁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도록 양대 군벌을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되는 수단의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지도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다갈로 사령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 군사조직 바그너(와그너)그룹 쪽에 수단의 금광 채굴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대공 미사일과 장갑차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다갈로 사령관 쪽과 맞붙고 있는 압델 파타흐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은 이집트에게서 전투기와 군인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스라엘도 아랍연맹(AL) 회원국 22개국 중 한 곳인 수단에 접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미국의 지원 아래에서 수단과 관계를 정상화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정보당국 모사드의 대표단은 수단을 방문해 다갈로 사령관 등을 만나 정보 분야 협력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고자 수단 정권의 민주화를 꾀했으나 성공적이지 않았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수단 민간인들은 대탈출을 시작했다. 수단인 수만명은 이웃 나라인 남수단과 차드, 이집트 등으로 피난을 떠났거나 떠날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수단에 머무르고 있는 자국민을 철수시키고자 작전을 벌이고 있다. 2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 민간인 66명과 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공화국을 포함한 12개국 국민 66명 등 157명을 배에 태워 사우디 항구도시 제다로 피난시켰다. 이후 미국이 항공기를 이용해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 100여명 철수시켰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도 각각 200~300여명의 민간인을 구출했다. 수단의 이웃나라인 이집트는 자국민 436명을 육로로 대피시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도했다. 한국도 교민을 안전지대로 이송하기 위해 항공편과 배편 등을 수단 인근으로 보내 철수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