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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증권 당국의 제소가 부적절하다며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권씨의 변호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씨를 상대로 제기한 400억달러(약 53조3천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가 “근거가 없다”며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권씨의 변호인은 “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은 증권이 아닌 화폐다. 미국법은 이같은 디지털 자산이 연방 증권법의 관할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의회와 행정부는 물론 증권거래위원회 조차도 무엇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합의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인 법률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아직 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이 명확히 증권이라고 정의되지 않은 만큼, 지금으로서는 증권거래위원회의 제소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테라·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와 이 회사 대표인 권씨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테라폼랩스가 무기명 증권을 제공, 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본 것이다. 미 금융 당국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권씨 쪽은 “모든 가상자산을 증권의 정의에 집어넣으려고 시도하는 증권거래위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생활을 하다가 11개월 만인 지난달 말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 <비예스티> 등은 그가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적발됐으며, 지난 20일 권씨와 그의 측근 한아무개씨가 여권·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현지 법원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권씨 등은 다음달 11일 포드고리차 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현지 검찰은 권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에 구금 연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이들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수사당국은 권씨의 신병확보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나라 수사당국은 몬테네그로 법원에 권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상태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