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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가끔은 존재 자체가 변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때가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성민 청와대 비서관은 과거와 다른 청년 정치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한국 정치에서 희귀한 존재다. 20대 때부터 정당정치에서 미래를 찾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는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1985년생인 그의 나이 26살 때였다. 박성민 비서관은 2018년, 22살 때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이자 청년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이들의 등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이 정당 공천의 유리천장을 깨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던 그 옛날과 지금의 정치는 다르다. 그때는 정당에서 이력을 쌓지 않아도 공직 후보자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 그만큼 정당민주주의가 제도화되었고, 시민들도 정당이 키우고 보증한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늘 그래 왔듯이 이번 대선에서도 정당정치 경험이 없는 이들이 후보로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사례는 점점 더 예외가 되어갈 것이다. 민주정치의 경험이 쌓이면서, 정당에서 훈련받은 정치인들이 좀 더 책임감 있고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오스트리아의 총리는 1986년생이다. 쿠르츠 총리는 2017년 31살의 나이로 총리가 되었는데 정당정치 이력은 이미 14년 차였다. 그는 17살에 국민당 당원이 되었고, 24살에 지방의회 의원이 되었으며, 27살에 오스트리아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후 총리가 되었다. 테러나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뉴질랜드의 총리는 1980년생이다. 2017년 37살의 나이로 총리가 된 아던 총리도 17살 때 뉴질랜드 노동당 활동을 시작했다. 핀란드 현직 총리는 1985년생이다. 마린 총리는 23살 때 지방의회선거에 처음 도전했다.

이런 일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선거권이 없으면 정당 가입을 못 하고, 선거권이 있어도 25살이 되지 않으면 지방의회선거 후보로 등록조차 할 수 없다. 법적 제약에 더하여 교육, 문화적 장벽도 높다. 청소년들에게 정당정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능하면 피하라고 조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사회에서 20대 때부터 정당정치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준석 대표나 박성민 비서관은 희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준석 대표의 출현에 대해 언론은 ‘세대교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 아직 그의 등장과 세대교체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중앙 정치로 갈 것도 없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20~30대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중 7.1%, 당선자 기준 6.6%였다. 2018년은 그나마 늘어서 그렇다. 2014년 선거에서는 후보자 6.4%, 당선자 3.7%였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청년 정치인 ‘세대’는 존재한 적이 없다. 그러니 ‘교체’는 어불성설이다.

교체는커녕 인구 비중만큼의 청년 대표를 만드는 것도 갈 길이 멀다. 그러려면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 후보들이 2018년 대비 5배 정도는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두 당이 희귀한 청년 정치인 몇몇으로 생색만 내는 게 아니라, 진짜 청년 정치를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많은 그 당 청년 당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하기를, 그 당 당원들이 더 많은 청년 당원을 후보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청년 후보의 절대 숫자가 늘어나야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들이 정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더 다양한 목소리가 대표되어야 현재의 청년 세대가 정치에서 미래를 볼 수 있다. 청년세대가 정치에서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국 사회 전체에 더 다양한 미래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