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85)는 한때 ‘마피아’로 불렸던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수장이었다. 2015년 5선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피파 비밀주의와 부패에 대한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대대적인 수사로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블라터 전 회장의 사법처리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회장 재임 중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지급한 자문료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파는 올해 초 블라터에게 6년여의 자격정지 징계를 다시 내렸다.
2016년 취임한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5년간 꾸준히 피파 개혁 작업을 펼쳐왔다. 월드컵 개최지를 둘러싼 매표 행위와 뇌물 수수가 이뤄졌던 집행위원회 제도는 폐지됐다. 이제 월드컵 개최지는 집행위원회가 아닌 전체 총회에서 결정된다. 새롭게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피파 평의회에는 대륙 축구연맹별로 여성 위원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 회장 재선은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피파의 모든 자료는 오픈이 기본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공개하는 식으로 문화가 바뀌었다”고 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피파 부패 관련 수사로 몰수했던 2억100만달러(약 2330억원)를 피파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스위스 정부와 함께 2015년 5월27일 피파 총회 참석자들의 호텔을 급습했고, 이후 남미 축구협회장과 브라질 축구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을 기소했다. 이들의 불법자금도 압수됐다.
피파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몰수한 자금의 환수를 위해 노력해왔다. 피파는 피파의 고위 인사들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자신도 범죄의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피파는 몰수 재원이 확보될 경우 깨끗하고 독립된 재단에서 전세계 축구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에 쓰겠다고 공언해왔다. 몰수 자금 환수 결정이 나오자, 인판티노 회장은 “2015년 5월27일을 잊지 못한다. 개혁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전세계 축구협회에 약속했다.
블라터는 과거 부패한 피파 시대를 대표했다. 이제 ‘블라터 세대’는 소멸됐다. 대신 피파는 개인 주머니로 영원히 샐 뻔했던 2억달러를 챙기는 횡재를 했다. 블라터가 남긴 아이러니한 유산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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