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블라터가 남긴 2억달러의 유산? / 김창금

등록 2021-09-01 17:29수정 2021-09-02 02:38

제프 블라터(85)는 한때 ‘마피아’로 불렸던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수장이었다. 2015년 5선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피파 비밀주의와 부패에 대한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대대적인 수사로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블라터 전 회장의 사법처리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회장 재임 중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지급한 자문료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파는 올해 초 블라터에게 6년여의 자격정지 징계를 다시 내렸다.

2016년 취임한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5년간 꾸준히 피파 개혁 작업을 펼쳐왔다. 월드컵 개최지를 둘러싼 매표 행위와 뇌물 수수가 이뤄졌던 집행위원회 제도는 폐지됐다. 이제 월드컵 개최지는 집행위원회가 아닌 전체 총회에서 결정된다. 새롭게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피파 평의회에는 대륙 축구연맹별로 여성 위원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다. 회장 재선은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피파의 모든 자료는 오픈이 기본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모든 것을 공개하는 식으로 문화가 바뀌었다”고 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피파 부패 관련 수사로 몰수했던 2억100만달러(약 2330억원)를 피파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스위스 정부와 함께 2015년 5월27일 피파 총회 참석자들의 호텔을 급습했고, 이후 남미 축구협회장과 브라질 축구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을 기소했다. 이들의 불법자금도 압수됐다.

피파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몰수한 자금의 환수를 위해 노력해왔다. 피파는 피파의 고위 인사들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자신도 범죄의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피파는 몰수 재원이 확보될 경우 깨끗하고 독립된 재단에서 전세계 축구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에 쓰겠다고 공언해왔다. 몰수 자금 환수 결정이 나오자, 인판티노 회장은 “2015년 5월27일을 잊지 못한다. 개혁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전세계 축구협회에 약속했다.

블라터는 과거 부패한 피파 시대를 대표했다. 이제 ‘블라터 세대’는 소멸됐다. 대신 피파는 개인 주머니로 영원히 샐 뻔했던 2억달러를 챙기는 횡재를 했다. 블라터가 남긴 아이러니한 유산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