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이 육상의 신세계를 열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챔피언십에서 2m34를 넘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세계육상챔피언십 금메달을 땄다. 지난달 체코에서 열린 실내육상대회에서는 2m36의 기록으로 시즌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서 2m35(4위)를 넘어 25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고공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한계를 모르는 것 같은 우상혁의 비상 뒤에는 남모를 고통도 있다. 바로 체중 조절이다. 우상혁은 금메달을 걸고 귀국한 22일 인터뷰에서, 7월 세계육상챔피언십 때문에 “당분간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먹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음식은 라면이다.
높이뛰기에서는 바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속도, 그 수평 에너지를 수직으로 바꾸는 도약 순발력이 필수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체중이 많이 나가면 소용이 없다.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이탈리아의 잔마르코 탐베리도 키에 비해 몸은 앙상하다.
우상혁은 이번 세계실내육상챔피언십을 위해 지난해 말 83㎏까지 불었던 몸을 68㎏으로 줄였다. 격투기 종목 선수들이 사우나 등으로 단기간에 체중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오랜 기간 하루 두끼 아니면 한끼만 먹으며 빼야 한다.
우상혁을 발굴하고 키웠던 윤종형 지도자는 “고교 시절 대회 뒤에 우상혁이 피자 큰 것 한판을 다 먹고, 더 먹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에 나가면서 식단에 대한 태도가 엄격해졌다고 한다.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가야 하는 그의 집념을 보여준다.
우상혁의 선배인 임춘애는 1986년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에 오를 때 ‘라면 먹고 뛰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때의 라면이 ‘간난’을 상징했다면, 우상혁의 라면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의 영광 뒤에 따라올 ‘포상’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피아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는 평생 국비로 식사를 제공받았다고 한다. 2m38을 새로운 과제로 내건 우상혁이 올림픽에서 꿈을 이룬 뒤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마음 편하게 라면 먹을 날을 그려본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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