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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손흥민과 손웅정 / 김창금

등록 2022-06-12 17:17수정 2022-06-13 02:40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

손흥민의 스타성을 부정하는 유일한 사람. 바로 아버지 손웅정씨다.

아들은 당대 최고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에 올랐다. 이영표 강원FC 대표는 “아시아 선수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달 착륙 사건에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윤영길 한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차범근, 2002 월드컵, 손흥민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한국 축구의 시대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잉글랜드 무대의 양대 사령탑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나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손흥민에게 욕심을 낼 정도다. 아시아판 발롱도르상의 권위를 만들려고 하는 중국의 스포츠매체 <티탄주보>는 2013년 올해의 아시아 선수상 도입 이래 손흥민에게 7차례 상을 안겼다.

이쯤 되면 손흥민을 월드 클래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버지 손웅정씨는 요지부동이다. 언론 접촉을 꺼리는 손웅정씨는 11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손흥민국제유소년축구대회 뒤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흥민이가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최고 클럽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월드 클래스다. 모든 분야에서 10%씩 더 성장하면 좋겠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손웅정씨가 보인 삶의 태도는 경험에서 나온다. 그가 지난해 펴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보면, 인생은 운칠기삼이며 화무십일홍이다. 잘나간다고 우쭐댈 것도 아니고, 실패했다고 낙망할 이유도 없다.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르는 것에도 연연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교만한 생각이 들까 두려웠다”, “높이 올라가면 떨어질 때 아프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말에는 동양적 겸양이 스며 있다. 하지만 냉철한 판단도 자리 잡고 있다. 유럽과 남미 중심의 세계 축구 구조에서 아시아 선수는 몇배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최고가 될 수 있다.

손웅정씨는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 기득권과 타협 없이 싸워왔다. “(한국식 나이로) 서른 넘은 아들을 (존중해)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늘 자신을 몰아세우는 아버지. 그 모습이 월드 클래스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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