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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엘지(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한·미·일 밀착, 대중국 무역적자 급증 등으로 한중관계 곳곳에서 ‘경고음’이 올리는 와중에, 시 주석은 지난 12일 광둥성 광저우의 엘지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약 한 시간 동안 방문해, 한중 우의를 강조하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기술 자립’ 총력전을 벌여온 시 주석이 현지 외국 공장을 시찰하는 일은 매우 드문데다,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이 의도한 가장 중요한 신호는 ‘개혁개방을 뒤집지 않을 테니 외국기업들은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엘지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며, 기업 발전의 눈부신 새 성과를 창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의 올해 급선무는 ‘제로 코로나 3년 재난’ 이후의 경제 회복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광둥성을 방문해, 국유기업·자립자강 중심 정책에 의구심이 커진 외자기업들을 설득하려 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이번 광둥성 방문을 보도하면서, <인민일보>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변치 않을 것이고, 영원히 스스로 개방의 대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별히 한국 공장 방문을 선택한 것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시진핑 주석의 3번째 임기가 시작된 뒤 지난 한달 동안 중국은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란·브라질 등 미국식 질서에 도전하는 우군들을 결집하고, 스페인, 프랑스 정상과 일본, 독일 외교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 회담했다. 중-러가 주도하는 ‘다극체제’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힘을 모으는 한편 미국 동맹체제에 균열을 만들려는 치열함이 보인다. 과거 중화제국들이 조공국의 위상에 따라 경제적 혜택 등에 차등을 두고 관리하던 조공체제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이 구상에서 한국은 어디에 있을까. 3월 말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두 축인 삼성의 이재용 회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초청했고, 이번엔 시 주석이 한국 기업 공장을 방문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잇따라 한국 기업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만 외치는 한국 정부 대신 기업들을 통해 한국을 움직이려는 신호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을 최대한 끌어당기려는 뜻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넓히고 관계를 개선하는 전략은 더욱 중요해졌다. 손을 내미는 중국의 의도를 명확하게 읽고, 지피지기하며 움직일 때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