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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 정남구 | 논설위원 지난 4일 통계청이 ‘3월 소비자물가’를 공표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 폭이 1년 만에 최저’라고들 했다. 지난해 7월의 6.3%에 비해 상승세가 많이 둔화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 몇달간 급등한 외식 물가는 3월에도 전달보다 0.8%나 뛰었다. 전체 물가상승률(0.2%)의 4배나 됐다. 고물가 고통은 꽤 오래갈 것 같다. 4월 들어 휘발유·경유값이 다시 뛰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거나 공기업 적자를 감수하며 에너지 가격을 묶어놓은 것은 미뤄둔 빚이나 마찬가지다. 휘발유(25%)와 경유(37%) 유류세 인하는 원상회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기·가스 요금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며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한전은 대규모 한전채 발행으로 적자를 메우느라 회사채 시장에까지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를 줄이려면 전기요금을 부득이 인상해야 한다. 고금리와 고물가의 고통이 그다지 완화되지 않은 채, 경기는 나빠지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내수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2월까지 부가가치세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5천억원(이연세수에 따른 기저효과 3조5천억원 제외) 줄어든 것에서 소비 부진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고용이 나빠지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만명 늘었다. 증가 폭이 40만명대를 회복했다는 데 많이들 주목했지만, 내실은 좋지 않다. 30대 남성 고용률이 1.3%포인트 떨어지고, 30대 여성 고용률은 4.2%포인트 올랐다. 경기후퇴 초기에 나타나는 ‘(30대) 아빠는 실업급여 받고, 그래서 엄마가 취업했어요’ 현상이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남녀 모두 고용률이 떨어진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대응한 일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한 ‘유류세 인하’의 폭 확대 하나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경기순환 국면의 겨울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는 더 큰 흐름에서 숨이 턱에 차올라 있었다.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의 추격에 덜미를 잡혀 ‘위기’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다. 더 많은 시간 일을 시키고 임금 억제와 세금 감면 등으로 기업을 지원해 대응하자는 건 전설 같은 이야기다. 추격을 넘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한 때다. 청년 실업률은 만성적으로 높다. 이들의 결혼·출산 기피로 출생률은 우리가 일찍이 상상했던 최저치를 한참 밑돈다. 저소득 노인의 증가는 만성적인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게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막힌 흐름을 뚫어줘야 한다. 몰랐던 일이 아니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갈수록 더 불안한가? 있어야 할 곳에 정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년 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철학은 ‘자유’다. 대통령이 이런저런 연설에서 수없이 강조한 그 ‘자유’를 이 시대에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난감하다. 정부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각종 기업규제 줄이기와 세금 감면을 뜻한다고 짐작할 뿐이다. 기업들이야 고마워하겠지만, 우리가 당면한 경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간혹 귀를 솔깃하게 했던 ‘독점 폐해에 정부 개입’ ‘은행·통신 공공재’ 논리도 딴 뜻을 품은 까닭에 횡설수설이 되어버렸다. 한때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을 뜻하던 ‘와이(Y) 노믹스’라는 말을 지금은 아무도 안 쓴다. 그랬다간 부끄러워질 것임을 다 아는 거다. 윤석열 정부 경제는 누가 이끄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경제부총리는 딱 부러지게 말을 못 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랬다저랬다 하니 관리들은 우왕좌왕한다. 감사·감찰을 활용한 공기업 수장 자리 뺏기와 민간기업 인사 개입은 정치를 공동체의 문제 해결 과정이 아닌 이권 쟁탈전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부자감세를 단행했다. 문제는 여기저기 터지는데, 쓸 돈이 없다. 연간 정부지출이 639조원인 나라에서 내수진작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껏 ‘기금 600억원’ 규모였다. 장담했던 말과 달리 흘러가는 사태 앞에서 경제 정책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정부는 말은 많이 하지만 몸은 장승처럼 굳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권 이후 한 세대 가까이 흐르는 동안 이토록 경제에 무능한 정부는 없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