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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 빅테크팀 기자

평소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술 발전에 따른 일상 속 자잘한 변화들을 귀찮아한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스마트폰 앱이 갑자기 업데이트를 거치고 난 뒤 바뀌는 게 싫어 업데이트를 최대한 미루거나(이런 경우 대부분 로그인을 다시 해야 해 기억력 좋지 않은 나는 매번 절망스럽다!), 온갖 좋다는 기능이 탑재된 메모 프로그램이나 앱을 추천받아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에 그냥 기본 메모장, 앱을 애용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에스엔에스(SNS) 기능 중에는 모르는 것도 많아 매번 친구들에게 묻고 ‘이걸 아직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는 게 일상이다. 소위 힙하고, 스마트한 삶과는 거리가 먼, 좀 불편해도 익숙한 게 최고라 여기며 일상을 살아왔다.

그런 내가 최근 인사에서 빅테크팀으로 발령 났다. 기술 발전을 눈앞에서 다루는 일을 해야 한다니, 당황스러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기술 용어는 두번, 세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매일같이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내놨다고 알리는 테크 기업들의 보도자료 홍수 속에선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불편해도 익숙한 걸 추구하던 내가, 정보기술(IT) 업계 변화의 최전선을 취재해야 한다니 마음 속에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어색하고 생소한 느낌은 좀처럼 가실 것 같지 않았다.

기술 발전이 불편함이나 생소함을 넘어 누군가에겐 생존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지난달 한 청소플랫폼 업체의 청소매니저 교육 현장을 찾았을 때였다. 교육받으러 온 이들 대부분 50~60대 중장년층 여성이었다. 나이, 경력단절 등을 이유로 더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거나, 저마다의 이유로 단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들은 새로운 플랫폼 노동 시장에 뛰어들었다. 교육 내용을 들어보니, 노동시간 기록이나 이용자 연결 등 청소업무 전 과정이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배우는 수밖에 없어요.”

혹시나 중장년층이 앱을 다루는 게 힘들진 않을까 싶어 무심코 던진 질문에 한 50대 중년 여성은 단호하게 답했다. 어색하고 새로운 기술, 패턴을 익히지 않으면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밴 말이었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내게 “이제는 스마트폰 세상인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되물었다. 기술 수용력과 나이를 쉽게 연결 짓는 흔한 편견에 사로잡힌 건 내가 아니었을까.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이날 나눈 중년 여성들과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를 그저 편한지 그렇지 않은지 차원으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쩌면 하나의 특권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30대 초반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나는 이제껏 기술이 내 일자리,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인공지능이 향후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믿고 싶지는 않다.) 시시각각 ‘혁신’,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새 기술들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 가지고 고민해보는 것. 어색하고 생소하기만 한 정보기술 분야와 친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