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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묘미는 반전과 역설이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정당 득표율은 33.84%였다. 선거제도가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114석으로 1당을 차지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112석, 정의당은 33석, 국민의당은 23석, 열린민주당은 18석이었을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단독 거대 정당의 출현은 불가능하다.
소선거구제 지역구 중심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 도박판과 비슷하다. 이번 판의 ‘위너’는 더불어민주당이었고, ‘루저’는 미래통합당이었다.
이른바 보수 신문 논객들은 지역구 후보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5%로 8.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선거법 개정을 그렇게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뭘 어쩌자는 것일까?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길게 보면 이른바 보수의 퇴조는 부인하기 어렵다. 보수정당은 2016년 4월 총선 패배,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2017년 5월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2020년 총선에서 또 참패했다.
보수 신문과 유튜버들은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이라는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보수 야당을 지지했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참담한 사실만 확인했을 것이다.
이른바 보수 세력을 누가 구박한 것도 아니고 탄압한 것도 아닌데, 그들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사필귀정이다.
보수의 퇴조는 현상이다. 심연의 변화가 원인이다. 변화의 정체는 뭘까?
첫째, 세대 효과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50년 한국전쟁과 197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의 자장이 미치는 세대는 이제 60대 이상 고연령층이다. 50대 유권자들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과 맞서 승리를 쟁취한 체험을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동안 보수정당이 큰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가 공동체와 개인의 운명이 긴밀히 연결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기득권 카르텔의 해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분단 기득권 세력은 지역 기득권 세력, 자본 기득권 세력과 차례차례 결합해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했다. 기득권 카르텔은 반공 보수와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영남 패권주의와 관료주의를 도구로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그러나 카르텔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그들의 무능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더는 보수가 유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류’(메인스트림)가 교체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주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세 번째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모두에게 행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착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가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정치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지기 전까지 대한민국 시민,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렇게 괜찮은 사람들인 줄 아무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보수 야당을 밀어내고 대한민국 주류로 ‘등극’할 수 있을까?
없다. 주류가 되려면 이념, 지역, 자본 등 여러 가지 기반을 엮어 카르텔을 형성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식의 결합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철희 의원이 지난해 크리스티 앤더슨의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미국의 뉴딜 연합>을 번역하고 해제를 썼다. 이런 대목이 있다.
“집권한 진보가 해야 할 일은 권력과 예산으로 뒷받침되는 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이 진보의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결속하는 한편, 새로운 갈등·균열 또는 프레임을 설정해 정치 사회적 질서를 재편함으로써 다수연합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더하고 뺄 내용이 별로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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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