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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나 사안들 사이의 본질적 차이점에 눈감고 일부 형식적 유사점만 내세워 동등하게 취급해버리는 논리적 오류인 ‘거짓 등가성’. 사과와 오렌지는 모두 과일이고 둥글게 생겼으니 맛도 같을 것이라든가, 진화론과 창조론은 모두 생명과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방식이니 대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식이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현실에서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 오류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폭력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맞불시위를 두고 ‘양쪽의 증오와 편견’ 운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같은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과학소설(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거짓 등가성의 해악을 강조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지구가 구체라는 생각도 잘못됐다(지구는 완전한 구체가 아니라 적도 쪽 지름이 약간 더 길기 때문에). 그러나 지구가 구체라는 생각이나 평평하다는 생각이나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여긴다면, 이는 두 잘못된 생각을 합친 것보다 더 잘못된 생각이다.”(‘오류의 상대성’) 이 밖에 대규모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사람한테 ‘당신도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았느냐’며 인신공격으로 대응하거나, 거액의 탈세를 저질러놓고 ‘세금 다 내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사안의 경중을 흐리는 것도 거짓 등가성의 수법이다. 어떤 주장을 교묘히 비틀거나 일부분만 강조한 뒤 그것을 애초 주장과 등치시켜 공격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최근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보수 언론이 의혹의 장본인인 <채널에이(A)>와 의혹을 제기한 <문화방송>(MBC) 모두 수사 대상이니 “균형 있게” 조사하라거나 양쪽 모두 압수수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짓 등가성 오류의 생생한 사례다. 문화방송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신라젠 투자설 보도로 고소당해 형식적으로 수사 대상이 되긴 했지만, 이는 검·언 유착과 취재원 협박이라는 의혹의 본질과 무관한데다 경중도 확연히 다른 사안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을 형사 사건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언론 자유의 국제 기준에 비춰보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