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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야구 불문율과 문화의 차이 / 김창금

등록 2021-04-21 17:16수정 2021-04-22 02:07

규칙이 세밀하고 복잡한 야구에 의외로 ‘불문율’이 많다. 이를 둘러싼 오해도 자주 나온다.

최근 프로야구 한화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엔씨(NC) 나성범의 스윙을 두고 격노한 것이 한 사례다. 수베로 감독은 10점 차로 뒤진 8회(4-14) 투아웃 상황에서 불펜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투수로 올렸다. 그런데 3볼-0스트라이크에서 투수가 던진 4번째 공을 나성범이 큰 스윙으로 치자 불같이 화를 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승패가 거의 갈린 상황에서, 3볼 뒤에 이기는 팀 선수가 홈런 스윙을 하는 것은 금기다.

자칫 이런 일이 벤치 클리어링이나 빈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샌디에이고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텍사스에 10-3으로 앞선 8회 1사 볼카운트 3-0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는 자기 팀의 감독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고, 후속 타자 대니 마차도는 엉덩이에 보복구를 맞아야 했다.

한국에서 홈런을 친 뒤 방망이를 던지는 ‘빠던’(배트 던지기)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가장 금기시되는 불문율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의사소통 방식을 두고, 고맥락과 저맥락 사회를 구분한 바 있다.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는 언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맥락을 통해 의미가 소통되지만, 게르만족이나 북유럽 국가에서는 정보가 충실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봤다. 온라인에서도 고맥락 사회에서는 맥락적으로 해석되는 이모티콘이 저맥락 사회보다 많이 사용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은 저맥락 사회로 분류되지만 야구 불문율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고맥락적 특성이 있다. 이기는 것이 목표인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를 존중한다며 지키는 불문율은 매우 추상화된 규범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고맥락 사회이지만 야구 불문율의 엄격한 제약은 없다.

의사소통에서 빚어지는 의미의 차이는 맥락과 정보(메시지)의 비율, 시대상의 변화, 심리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국제 스포츠 교류가 활발해진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 무대가 나라 간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창의 구실도 하고 있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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