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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정원)이 고위 공직자의 신원조사 범위와 내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업무규칙을 개정한 사실이 5일 알려졌다. 대통령의 공직자 인선을 보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가 상당히 많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접·대면 조사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최근 개정한 자체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은 ‘3급 상당’의 공무원 임용 예정자를 신원조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기존 3급 이상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및 임용 예정자, 광역시 등의 행정부시장과 각 도 행정부지사 임용 예정자, 판검사 신규 임용 예정자, 국·공립대 총장·학장 임용 예정자 외에 특별시 행정부시장과 중장 이상의 군인 등으로 보안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또 신원조사 항목에는 기존 친교 인물, 정당·사회단체 관련 사항, 인품·소행 외에 국가기밀 누설 등 보안 관련 사항이 추가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이전에도 고위 공직자 임용을 위한 보안조사를 맡아오긴 했다. 그러나 이번 규칙 개정으로 무엇보다 조사 대상이 늘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국정원의 담당 부서와 직원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신원조사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이 “효율적인 신원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관련 진술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기존에도 조사 대상자의 주변 탐문을 위해 관계인들을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거나 직접 만나 우려를 샀는데, 이젠 국정원 직원의 판단만으로 해당 공직자와 민간인을 두루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국정원(또는 국가안전기획부)이 이런 식으로 파악한 내용을 ‘존안자료’ 형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그것이 국내 정치에 악용된 ‘흑역사’가 있었음은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부서를 없앤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번 규칙 개정이 “신원조사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한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또 진술 요청의 경우 사전에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정원장이 임의로 만들고 개정할 수 있는 내부 규칙에 대인 직접 조사 권한을 집어넣은 것부터 월권이다. 속담에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고 했다. 범위와 권한이 모두 확대된 국정원의 신원조사가 악용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