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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 국빈 방문길에 나선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해에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상당한 환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실질적인 이득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불안과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주요한 의제를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라고 했다.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동원해 미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하며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는 터라 안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대중국 전선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편에서 좀 더 강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초기지화되는 형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보가 목적인데, 그 과정에서 한반도 긴장을 더 끌어올려 오히려 안보가 위협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 분야에서는 어떤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호하다. 대통령실은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예상보다 그렇게 피해가 크지 않고,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발표 때부터 줄곧 이들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뭔가 해결하거나, 최소한 미국에 말이라도 해줄 것을 요구해온 여론을 고려하면, 너무나 무성의한 태도다.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제도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핵심산업의 기업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되는 상황이다.

방미에 앞서 한국은 국가안보실 도청에 대해 철저히 미국을 방어한 데 이어, 러시아·중국과의 마찰을 불사하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대만 문제 등을 앞장서 꺼내 들었다. 미국 국익에는 일치하나, 한국은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떠안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때론 항의도 하고 요구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은 쉽사리 미국 세계전략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동맹의 목적은 국익과 안보이지 동맹 자체가 아니다. 한-미 동맹 강화라는 선언적 명분, 극진한 환대와 실질적 국익을 바꾸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