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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충격파가 당 전체를 관통한 가운데, 22일 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가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의 색출과 보복을 공개적으로 예고하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격앙된 지지자들의 분노에 올라탄 ‘십자가 밟기’의 후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와, 전날 사퇴한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대신해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이 주재했다. 전날 밤 입장문을 통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해당행위’로 규정한 친이재명계 지도부는, 가결한 의원들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일제 식민지 시절 동포를 탄압한 친일파”, “배신자, 독재 부역자는 암적 존재”라고 하는 등 극언도 쏟아졌다. 당 주류는 “부결이 당론은 아니었지만, 당 차원의 중앙위원회 규탄대회에서 부결을 결의했는데도 다른 결론이 나온 것”(강선우 대변인)이라 가결 표가 해당행위라고 주장한다.

친명계 의원들도 라디오 인터뷰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 시간부터 친명, 비명은 없고 부결파와 가결파로 구분하고 싶다. 어제 상황은 국민의힘을 빌려 이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가결파의 ‘차도살인’”(안민석 의원), “검찰에 당대표를 팔아먹는 저열하고 비루한 배신과 협잡이 일어났다. 등에 칼을 꽂은 것”(정성호 의원)이라는 등 가결에 동참한 의원들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폈다.

체포동의안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돼, 누가 찬반 의견을 냈는지 가려내는 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친명계에선 ‘가결파 감별법’을 공론화하고 있다. 한 의원은 한겨레에 “의총을 열어 가결했을 법한 사람 명단을 쭉 불러주고 ‘아닌 사람은 이야기하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찾아내려면 얼마든지 찾아낸다”고 했다. 의총 등에서 공개적으로 가결을 인정한 의원부터 문제 삼거나, 주변 의원들에게 가결을 독려한 물증을 확보하자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 일부는 가결한 의원들을 상대로 테러도 예고했다. 이 대표 지지 커뮤니티 한 곳엔 전날 밤, 14명의 비명계 의원 이름과 함께 “집에 고이 모셔둔 스나이퍼 라이플을 좀 찾아봐야겠네”라고 썼다가 다시 “총은 맨날 파출소에 반납해야 한다고 해서… 석궁은 안 그래도 되지?”라고 올렸다. 경기 의왕경찰서는 22일 신고를 접수하고, 아이피(IP) 주소를 토대로 작성자 특정에 나서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밖에 나가면 칼부림 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했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자택과 지역 사무실 주변에 경찰이 배치된 경우도 있었다.

단식 중인 이 대표는 이날 병상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뒤 처음으로 낸 입장문에서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비명계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국회 표결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것으로, 무기명 투표에서 가결한 의원들을 찾아내겠다는 것 자체가 반민주주의적이다. 이들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당 지도부가 공언한 ‘상응한 조치’를 할 방법도 마땅찮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상응한 조치를 어떻게 할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명계 의원은 “지지자들의 분노가 너무 커서 가결을 해당행위라고는 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처벌하겠다기보다는) 열기를 식히려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가 유지되는 한, ‘잠정적 가결파’를 상대로 공천 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당 안팎의 이런 기류에 비명계 한 의원은 “반동분자를 골라내는 문화대혁명이냐”고 반발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민주당에서 마녀사냥과 비밀경찰 노릇이 횡행하고 있다”며 “도를 넘는 위협이 일부라도 현실화한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가결에 비판적인 의원들 사이에서도 걱정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친명계 박성준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론만 가지고 누구를 퇴출한다고 하면 당내 분열이 더 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부결 당론도 아니었던 사안을 임의로 ‘해당행위’로 규정한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대표가 약속을 뒤집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이견을) 힘으로 짓누르는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