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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겨레 <논썰>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최종 고비를 넘어섰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가 중도 사퇴 후보 무효표 처리 재검토와 ‘결선투표’ 실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 당무위원회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겁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무위 결정 두 시간 뒤 페이스북을 통해 “당무위 결정을 존중한다.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로써 민주당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결선투표 논란은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재명 지사, 이제는 대선 후보라고 불러야겠죠, 이재명 후보는 또 한 번의 중대한 난관을 넘어선 셈이 됐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온전히 ‘원팀’으로 대선에 임하기까진 아직 풀어야 할 앙금이 남아 있습니다. 열성적 ‘이낙연 지지층’이 당장 흔쾌히 원팀에 합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걸 차근차근 풀어가는 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과제가 될 겁니다.

충격의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미스터리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 앞에 결선투표 논란이 벌어진 건 바로 이날 공개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때문이었죠. 민주당 경선은 두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하나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참여하는 순회경선이고, 또 하나는 일반 당원과 선거인단에 지원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선거인단 투표입니다. 권리당원은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는 당원을 말합니다. 그런데 경선 마지막날인 10일 발표된 서울지역 순회경선에선 이재명 51.4%, 이낙연 36.5%로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득표한 반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선 완전히 다른 결과가 드러났죠. 이재명 28.3%, 이낙연 62.3%로 이재명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절반에도 못 미친 득표율을 기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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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놀랍냐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순회경선뿐 아니라 이전에 이미 두차례 실시된 1차,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와도 판이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똑같이 일반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선거인단 투표인데,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월3일 발표된 2차 투표에선 58.17%를 얻어 33.48%에 그친 이낙연 전 대표를 크게 앞섰습니다. 9월12일 발표된 1차 투표에서도 이 후보는 51.09%를 득표해, 31.45%를 받은 이낙연 전 대표를 20% 가까이 앞섰습니다. 그게 불과 열흘 만에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당시 발표하면서 제가 잘못 읽었나, 순간 당황을 했다.”(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 11일 <CBS> ‘한판 승부’)

그 결과 지역 순회경선을 포함한 누적 투표율에서도 이 후보는 애초 56~57% 정도로 무난히 과반을 얻을 거라던 예상과 다르게 50.29%로 간신히 과반에 턱걸이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것도 중간에 경선을 포기했던 정세균, 김두관 후보의 표를 당규에 따라 전부 무효처리했기 때문에 절반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 캠프가 경선 포기 전에 정세균, 김두관 후보가 얻은 표는 유효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던 겁니다. 그렇게 할 경우 이재명 후보는 49.32% 득표가 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을 13일 당무위원회가 기각하고, 이재명 후보 선출을 재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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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상을 깬 결과였기에 3차 투표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먼저 대장동 의혹 여파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았죠. 1, 2차 투표가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 관련성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시기에 이뤄진 것과 달리, 3차 투표는 이재명 후보가 임명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3일 구속된 뒤 진행됐는데요. 따라서 일반 국민이 많이 포함된 선거인단이 이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투표로 분출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반론이 따랐는데요. 대표적인 게 그렇다면 왜, 같은 날 치러진 서울 순회경선 결과는 이재명 51.4%로 큰 차이를 보였느냐는 것이죠. 아무리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당심’과 일반당원·국민들의 ‘민심’이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엇박자를 내기는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또 설사 당심과 다른 민심의 표출이라고 인정하더라도, 그렇다면 적어도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구속된 10월3일 이후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선 그런 변화 징후가 포착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3차 투표가 민심의 온전한 반영이라면,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이낙연 지지율이 많이 올라가는 조짐이 나타났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가장 늦게 모집한 3차 국민선거인단에 이낙연 지지층이 대거 유입됐다거나, 아니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이재명을 떨어뜨리기 위해 보수 성향 커뮤니티나 이재명 후보에게 반감을 가진 특정 종교집단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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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정천수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3차 선거인단 모집 시기에 수많은 극우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역선택을 독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의 글과 보수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글을 캡처한 자료를 올리기도 했죠. 또 이재명 캠프의 안민석 의원은 특정 종교집단의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안민석 “대장동에 대한 심판인지,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역선택인지, 아니면 특정 종교의 개입인지 여론조사 전문가들하고 토론하고 분석을 해 봤는데 결론이 나지 않더라.”

사회자 “특정 종교 개입 가능성이 근거가 있느냐?”

안민석 “34%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진 것은 통제 가능한, 보안이 유지되는 그러한 조직이 개입됐다는 설이 있어 한 말이다.”(12일 <CBS> ‘한판 승부’)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러나 이재명 캠프는 최종적으로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적 해석을 내리는 대신 “이재명에게 국민이 주는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제 전문가들과 종일 이 도깨비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논했다. 실체가 잡힐 듯 말 듯 했다. 그러나 이 실체를 더는 규명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 실체를 밝히는 노력보다는 턱걸이로 과반을 넘긴 이재명에게 국민이 주는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면 이 도깨비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안민석 의원, 12일 캠프 해단 기자회견)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어느 한가지 변수가 작용했다기 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어떤 쪽이든 이재명 후보로선 캠프 주장처럼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대장동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때로 답답하고 억울하더라도 몇 번이고 진솔한 설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게 국민의 마음을 얻는 지름길이다 하는 점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죠.

실제 여론조사에 드러난 대장동 영향은?

이제, 관심은 3차 투표와 무효표 논란이 실제 여론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끼칠 것인가의 문제에 쏠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안을 다수가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점이 역으로 대중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특히 다수가 공유하는 프레임은 자신의 성향이 확실한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중도층과 무당층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 대다수 언론들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리스크’가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요?

3차 투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장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큰 폭으로 흔들리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11~12일 실시한 여야 후보 가상 대결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를 먼저 보실까요.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43.0%)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40.4%)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선 이재명 40.6%, 홍준표 40.7%로 나타났습니다. 2주 전 여론조사에선 홍 의원이 38.6%로 이 후보(46.2%)에게 뒤졌는데, 오차범위 안에서나마 전세가 역전된 겁니다. 크진 않지만, 어느 정도 3차 투표 충격과 대장동 리스크의 영향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증발된 ‘컨벤션 효과’ 왜?

그런데 이 후보에게 더 큰 문제는 경선 승리의 컨벤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렵사리 후보가 됐는데도 중요한 이벤트 직후 지지층 확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 이 후보로선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컨벤션 효과가 막힌 건 대장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과 함께 ‘이낙연 지지층’이 이 후보에게 선뜻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리얼미터도 <오마이뉴스> 의뢰로 11~12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2.2%p)를 14일 발표했는데요. 이를 보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응답한 이들 중 내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한 비율은 13~14%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는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과 ‘이재명-홍준표-심상정-안철수’ 4자 가상대결을 각각 조사했는데요. 첫번째 가상대결 조사에선 이낙연 지지층 604명 중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이들은 14.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40.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낙연 지지층 중 다수가 이재명 대신 윤석열을 선택한 것입니다. 두번째 가상대결 조사에서도 이낙연 지지층 중 13.3%만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서도 홍 의원을 찍겠다는 응답이 29.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선 갈등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조차도 온전하게 이 후보 중심으로 결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낙연 “승복”…실질적 ‘원팀’ 구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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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여론조사도 시점상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13일 경선 승복과 이재명 후보 지원 의사를 밝히기 전인 11~12일 이뤄졌기 때문인데요. 결국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얼마나 ‘원팀 정신’을 되살려서 협력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이낙연 지지층도 응어리를 풀고 이재명 지지로 돌아설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이재명 후보가 먼저 가슴을 활짝 열고 이낙연 전 대표가 흔쾌히 지원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승복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신 이낙연 후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 길을 찾고 능선을 넘어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캠프 또한 이제 당의 선대위 구성에선 한 발 물러나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경선 경쟁자들을 포용하는 원팀 용광로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캠프에 있던 모든 분을 포함해서 그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캠프에 중요한 직책을 맡기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전날도 이 후보가 저한테 얘기했고, 그 전에도 몇 번 의사를 밝혔다.”(정성호 의원, 1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재명 ‘대장동 국감’ 정면돌파키로

당내 통합 문제 이상으로 이 후보에게 중요한 과제는 ‘대장동 리스크’를 어떻게 넘어서느냐입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18일과 20일 열리는 경기도청 국감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라”고 권유했지만 이 지사는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대장동과 화천대유 관련 게이트로 정치공세가 예상되지만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 성과를 설명하는 좋은 기회 될 거라고 판단한다.”(이재명 후보, 12일 긴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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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경기도청 국감에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들을 투입하는 등 집중 공세를 펼친다는 전략입니다. 그야말로 불꽃튀는 공방이 예상되는데요, ‘0K 목장의 결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기서 0는 이재명, K는 국민의힘이죠. 이재명 후보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관계,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등에 쏠리는 의혹을 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후 원팀 회복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정치 역정이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적극적으로 지지층을 다독이고 이재명 후보에게 마음을 열게 한다면, 그럼으로써 대선 과정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면 이 전 대표도 당내 권위와 지분을 유지하면서 차후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자, 어렵사리 원팀 구성에 합의한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민주당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azuri@hani.co.kr

도움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