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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국민의힘 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는 ‘현직 대통령의 역대급 경선 개입 사건’으로 정치사에 기록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들은 김기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후보를 차례차례 주저앉혔거나 주저앉히려 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지명대회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입니다. 성공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안철수 ‘함께하자’ 해놓고 2022년 3·9 대선을 엿새 앞둔 3월3일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회견을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쫓기는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회견문 대부분을 안철수 후보가 낭독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중간의 한 문장을 읽었습니다.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습니다.” ‘반드시’가 두번 들어갔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첫번째 다짐은 이루어졌습니다.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는 두번째 다짐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다짐의 핵심은 ‘함께’였습니다. [%%IMAGE2%%]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관계는 왜 깨졌을까요? 요즘 벌어지는 장면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부터 안철수 후보를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래 다른 사람과 수평적 관계를 맺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법시험 동기들은 나이 많은 그를 ‘석열이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윗사람들보다는 아랫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합니다. 전형적인 골목대장 리더십입니다.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 쪽에서는 대선 이후 안철수 후보의 잘못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가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진 이유를 자세히 보도한 일이 있습니다. 간추리면 △인수위 구성과 조각의 불협화음 △경기지사 출마 및 보건복지부 장관 제의 거절 △단일화 효과에 대한 이견 △신영복 교수에 대한 평가를 비롯한 이념적 정체성 우려 등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는 얘깁니다. [%%IMAGE3%%]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배신입니다. 토사구팽이지요. 사실 토사구팽은 정치권력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안철수 후보에게 잘못이 있다면 10년 이상 정치를 하고도 정치권력의 속성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디제이피(DJP) 공동정부로 집권에 성공한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대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을 깍듯이 모시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정치권력의 속성, 정확히는 우리나라 정치 문화와 대통령제의 특징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큰 실수였습니다. 상대는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들보다 훨씬 더 권위적인 윤석열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로 안철수 후보와 ‘함께’ 정부를 운영할 것이라고 안철수 후보가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치열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 뒤 대구로 내려가 윤석열 대통령의 시야에서 사라진 홍준표 대구시장의 처신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IMAGE4%%] 안철수 후보의 1월9일 대표 출마 선언과 그 이후 발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철수 후보의 착각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만약 작년 3월3일 저 안철수의 결단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재명이 대통령인 대한민국, 민주당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대선 승리 기여를 강조한 것입니다.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인수위원장으로서 110대 국정과제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대선 뒤 인수위원장으로서의 기여를 강조한 것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한 발짝 더 나갔습니다. ‘국민의힘을 과학기술 전문 정당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쓴 1월20일 글에 “과학기술 전문가인 저 안철수와 행동력을 갖춘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합”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안철수 후보 자신을 앞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을 ‘운명공동체’라고 했습니다. “법조 출신 대통령과 과학기술자 출신 당대표”가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했습니다. “토트넘 홋스퍼를 프리미어리그의 강팀으로 이끈 손흥민과 해리 케인처럼, 대통령님과 저는 유난히 잘 맞는 윤-안 연대 사이”라고 했습니다. 짐작건대 이 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분노가 폭발했을 것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진짜로 자신을 윤석열 대통령과 동격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IMAGE5%%] 져도 이겨도 힘겨운 앞날 이제 안철수 후보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의 탄압을 이겨내고 대표가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여론조사 흐름만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이기는 여론조사도 있고, 김기현 후보가 이기는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더구나 국민의힘 대표 본경선은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직접 투표로 이뤄집니다. 여론조사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9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83만9천여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권역별로는 영남이 39.67%,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42.04%입니다. 이런 구성은 안철수 후보에게 아무래도 불리한 것 같습니다. 영남과 60대 이상 국민의힘 사람들은 “취임 1년도 안 됐는데 일단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좀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윤핵관들을 거침없이 저격하는 천하람 후보의 돌풍도 안철수 후보에게는 불리한 요인입니다. 천하람 후보는 “안철수 후보님 이제 간은 그만 보시고 에이아이 챗지피티에 후보님이 친윤인지 비윤인지 물어보면 어떨까요”라고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김기현 후보와 천하람 후보의 협공을 받는 형국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이겨 대표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안철수 후보는 전력을 다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뒤끝이 긴 사람입니다. 김기현 후보의 신평 전 후원회장 말처럼 국민의힘을 탈당하지는 않겠지만, 안철수 대표와 국정을 함께 논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패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 전당대회의 정치적 의미가 윤석열 대통령의 안철수 후보 ‘손절’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싫어한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이제 안철수 후보와 가까이하려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을 지원하겠지만,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안철수 후보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경우든 안철수 후보의 앞길은 가시밭길인 셈입니다. [%%IMAGE6%%] 안철수 후보는 누구일까요? 정치를 시작한 지 벌써 12년입니다. 2011년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 ‘안철수 현상’에 힘입어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했습니다. 2013년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이 됐고,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 도중 민주당과 합당해 대표가 됐습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탈당했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교섭단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7년 국민의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2018년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또 낙선했습니다. 2020년 국민의당을 다시 창당해 총선에 나섰지만,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2021년에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다가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하고 오세훈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습니다. 2022년 3월 대선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선거 6일 전 윤석열 후보에게 양보하고 합당을 선언했습니다. 6월1일 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를 자꾸 떠날까 어떻습니까? 정말 찬란한 이력이지요? 10여년 만에 민주·진보 성향의 민주당에서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까지 넘어온 것입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은 것일까요, 아니면 이념이나 정체성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어쨌든 그동안 이 정당 저 정당을 수도 없이 오락가락한 것은 정치인 안철수의 큰 약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자꾸 안철수 후보를 떠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그동안 안철수 후보와 정치를 함께하던 사람 중에 안철수 후보를 떠난 사람이 많았습니다. 몇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개 안철수 후보의 독특한 인간관계를 꼽았습니다. 좋은 표현으로 하면 지나치게 ‘쿨’하고, 나쁜 표현으로 하면 너무 냉랭하다는 것입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게 사실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진단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마무리하겠습니다.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한달 가까이 남았습니다. 경선 판세가 몇번이고 뒤집힐 수 있는 긴 시간입니다. 여기는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