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Q. 콜센터 관리자입니다. 상담사-슈퍼바이저-매니저-센터장으로 직위가 나뉘는데 저는 슈퍼바이저 직급인 30대 초반 여성이며, 부하직원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아주머니예요. 다른 팀에서 분란을 일으켜 저희 팀으로 온 두분 때문에 1년 넘게 고통받고 있습니다. 업무 미흡으로 피드백한 걸 모멸감을 느꼈다고 저를 갑질로 신고한다고 합니다. 피드백 중 음식을 먹으며 제 얼굴에 트림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2023년 12월, 닉네임 ‘갑질근절’) A. 요즘 상사들의 골칫거리인 ‘을질’, ‘오피스 빌런’ 이야기네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하는 부하직원 때문에 업무 질책도 못 하고 끙끙 앓고 계시나요? 하나씩 살펴보죠. 직장 내 괴롭힘의 선결 조건은 ‘우위’입니다. 행위자가 상사라면 지위의 우위, 다수의 동료나 부하직원이면 관계의 우위라고 합니다. 같은 직급이어도 경력, 나이, 성별, 국적, 노조원 여부 등을 따져 관계의 우위가 있는지 판단합니다. 만약 부하직원 한명이 상사를 괴롭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거나, 회사 때려치울 생각이거나, 아니면 사장 친인척이겠죠. 선생님을 괴롭히는 사람이 상담사 한명이면 아무리 괴로워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닙니다. 행위자가 두명이라면 ‘관계의 우위’에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는데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면전에 트림을 한 행위만으로는 어렵겠죠. 하급자이기 때문에 폭언을 동반한 집단 따돌림 등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쉽지 않습니다.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분란을 일으킨다고 했죠? 방법이 있어요. 관리자는 업무 지시와 평가 권한이 있고, 지시 불이행은 징계 사유가 됩니다. ‘갑질근절’님이 부서원들에게 사전에 공지하고 한달 동안 대화를 녹음하세요. 업무 노트를 만들어 근무 태만, 관리자 무시, 분란 야기, 지시 불이행, 업무 지시에 대한 공격적 태도 등을 상세히 기록하는 거죠. 한달 뒤 센터장까지 모여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면 어떨까요? 더불어 선생님의 업무 피드백이 괴롭힘인지 아닌지도 확인되겠죠. 그런데 혹시 선생님의 피드백이 정말 모멸감을 준 건 아닐까요? 30대 초반은 여성, 40∼50대는 아주머니로 호칭하고, 자격증 없고 일을 못 한다고 무시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나요? 녹취록을 들으면서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의 ‘군바리’들이 지배한 대한민국은 상명하복 국가였습니다. 군대도, 회사도, 학교도, 심지어 집도 그랬죠. 스웨덴에선 30년 전 만들어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한국은 최근에야 도입됐는데, 우리 직장 상사들은 매뉴얼에 근거한 업무 지시와 수평적 리더십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손쉬운 방법으로 강압적 지시와 모욕적 질책을 하게 되고, 부하직원들은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는 겁니다. 현재의 혼란은 ‘재떨이 집어던지던 시절’에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요? ‘갑질근절’님, 허위신고가 인정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주변 동료들이 입증해줄 거예요. 다만 우리의 업무 지시 방식도 조금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