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출범 전 ‘의무전송’ 특혜 규정을 고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대한민국이 소송당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향후 의무전송 특혜를 바로잡으려 할 경우 종편 투자 외국 자본들이 ‘수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 변경’을 이유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12일 “종편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의무전송을 비롯한 종편 특혜를 믿고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 한-미 에프티에이 구조하에선 추가 지원은 가능하지만 특혜 조처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협정 국회 비준 뒤 종편 특혜를 바로잡으려 하면 외국 자본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시행령이 규정한 케이블 사업자의 종편 의무전송은 지상파방송 및 기타 피피(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차별되는 대표적 특혜로 꼽혀왔다. 언론전문가들과 언론단체들은 지상파에 준하는 영향력을 가진 종편에만 의무전송을 보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혜 해제’를 요구해왔다. 현재 <한국방송>(KBS) 1채널과 <교육방송>(EBS)만 의무전송 대상일 뿐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도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이효성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방통위가 ‘알아서 살아남으라’며 종편을 4개씩이나 허용했으면 의무전송 혜택을 없애고 일반 피피처럼 경쟁하도록 해야지 특혜는 특혜대로 줘서 뒤를 봐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엔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명시돼 있다. 협정이 발효되면 ‘의무송신 폐지→종편 수익기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종편 투자 외국 자본이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외국 자본이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악용할 때 국내 종편사들도 의무전송이 ‘사업자 공모조건’이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국회 협정 비준과 종편 출범 전에 특혜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가적 소송을 감내하지 않는 한 영원히 못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추가 특혜조처로 거론하고 있는 낮은 채널 배정과 광고금지 품목 완화를 두고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중앙일보사 종편엔 미국 미디어그룹 ‘타임 워너’의 자회사인 ‘터너 아시아 퍼시픽 벤처’와 일본 자본인 ‘텔레비 아사히’가 각각 2.64%와 3.08%씩 지분 참여하고 있다. 매일경제 종편엔 일본경제신문사가 1% 지분을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2009년 7월 방송법 개정안 국회 날치기 과정에서 ‘종편 및 보도채널 외국 자본 직접 투자’를 각각 20%와 10%까지 허용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미국 자본이 한-미 에프티에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면, 일본 자본은 미국 쪽과의 상대적 차별을 내세우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식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들 것”이라며 “종편이 일단 뜨면 특혜를 수정할 기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