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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고3 재학생 가운데 수능 만점자가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 방침으로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관한 우려가 잇따르자 이에 지나치게 골몰하다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메가스터디교육, 이투스 등 주요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수능이 치러진 지 5일이 지났지만 고3 재학생 가운데 아직 전 과목 만점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상 가채점 뒤 입시업체, 학교 등을 통해 만점자 소식이 알려지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고3 재학생을 비롯해 재수·엔수생 약 12만명의 가채점 정보를 보유한 메가스터디교육은 가채점 결과 재수생 1명이 만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전 과목 만점자는 국어·수학·탐구(2과목) 영역에서 원점수 만점을 받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을 말한다. 고3 재학생에서 만점자가 나오지 않으면 2년 만, 수험생 전체에서 만점자가 나오지 않으면 13년 만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려다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로진학부장을 맡은 ㄱ교사는 한겨레에 “변별력은 확보했다지만 올해 수능이 정상적인 난이도였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킬러문항 없애니 물수능(쉬운 수능)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려다 보니 전체적으로 난도가 올라간 것 같다”고 짚었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미추홀외고 교사)은 “상대평가 체제 하에선 줄 세우기가 필수인데,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했으니 킬러문항에 준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더 많이 분포시켜야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난이도 조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상대평가 체제에선 서로 용어만 달리할 뿐 킬러문항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택과목별 난도도 쟁점이다. 수학 영역 등에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가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수능은 모든 문제를 맞혀도 과목 선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최고점이 달라지는데, 올해에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실제 메가스터디교육이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점수를 분석한 결과,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확률과통계 140점, 미적분 147점, 기하 142점으로 최대 7점차가 났다. 확률과 통계는 주로 문과생이, 미적분과 기하는 주로 이과생이 택한다. 올해 수능에서도 이과생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만 보면 확률과통계와 미적분 간 점수차는 역대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크다 보니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과생이 인문계열 전공에 교차지원) 현상은 올해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어려운 수능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ㄱ교사는 “수능 난도가 올라가고 시험의 형태가 바뀌면 학생·학부모들은 학교보다 사교육 기관을 맹신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시를 준비해온 재학생의 경우에는 예상 밖 불수능에 당했다는 생각, 신유형에 조금만 더 적응했더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재수를 택하려고 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