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파리바게뜨는 내린다는데 왜 여긴 안 내려요?”
서울 성북구에서 9년 동안 빵 가게를 운영해온 김아무개(53)씨는 며칠 전 손님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김씨의 빵 가게로부터 140여미터 떨어진 건너편 길가에는 파리바게뜨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김씨는 “이제 7월부터 설탕 가격이 인상된다고 납품 업체로부터 통보받았다. 밀가루 가격은 내린다지만, 나머지 재료 가격은 모두 오른 상황에서 손님들이 대형 빵집들 가격 인하 이야기하며 문의해오는데 한숨만 나온다. 직원 3명 자르고 겨우 버티는 중인데 ‘빵집 그만해야 할까’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 속 라면·제과 업계에 이어 제빵업계에서도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동네 빵집’ 사장님들 사이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씨제이(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이달 중 단팥빵, 크림빵 등 15종 제품 가격을 평균 5.2%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조정에 따라 빵 가격은 개당 100∼200원 인하된다. 앞서 지난달 에스피씨(SPC)도 파리바게뜨와 에스피씨삼립이 판매하는 빵 가격을 이번 달부터 평균 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파리바게뜨는 식빵, 바게트를 포함해 총 10종에 대해 각각 100~200원씩, 에스피씨삼립은 식빵, 크림빵을 포함해 총 20종 가격을 100~200원 내리기로 했다. 정부 요구로 라면·제빵·제과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하에 동참하자 밀가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대한제분도 지난달 30일 밀가루 주요 제품에 대해 가격을 평균 6.4% 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제빵 업계의 가격 인하 소식은 물가 상승으로 고군분투하던 동네 빵집 사장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든다. 서울 성북구에서 20년 동안 빵 장사를 해온 ㄱ(66)씨는 “어제부터 손님 2명이 ‘여긴 왜 안 내리냐’고 물어보셨다. 크림빵 700원 하던 걸 재룟값이 모두 올라 도무지 버틸 수 없어 지난 4월 1개당 1000원으로 겨우 올렸는데, 가격 인하는 꿈도 못 꾼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실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소비자 물가 지수를 보면, 설탕은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또한 초콜릿(18.5%), 치즈(22.2%), 사탕(12.6%), 소시지(10.6%), 우유(9%) 등도 모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바게뜨 바로 옆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사장 ㄴ씨도 “재료 가격 상승해도 동네 주민들 대상으로 장사하고 있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해 계속 버티고는 있다. 좋은 재료 쓰는 게 우리 빵집의 경쟁력인데 대형 프랜차이즈 빵 매장들의 가격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재료 수급 등 사정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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