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법원이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족에게 국가가 16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이성호)는 13일 최아무개(36)씨가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전직 경찰 이아무개씨,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김아무개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3억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20억원을 법원이 모두 인정하고 이전에 수령한 형사보상금 8억여원을 공제한 금액이다. 재판부는 공동원고인 최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도 각각 2억5천만원과 5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수사 당사자였던 이씨와, 김 검사는 전체 배상금액의 20%인 3억2천여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는 못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고, 이러한 불법행위가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며 “원고들이 입은 피해는 평생 씻을 수 없지만 금전으로나마 피해의 일부라도 위자(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00년 8월10일 당시 15살이었던 최씨는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칼에 찔려 쓰러져있는 택시기사 유아무개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되레 범인으로 몰렸다. 이씨 등 익산경찰서 경찰관들은 최씨를 폭행·감금하는 등 가혹수사를 벌여 거짓자백을 받아냈고,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03년 황상만 당시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진범 김아무개씨를 붙잡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김 검사가 진범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최씨는 2010년 만기출소할 때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최씨는 사건 발생 16년만인 2016년 1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에야 누명을 벗었다.

이날 선고 뒤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원고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데에는 부족하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충분하게 인정됐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김) 검사는 유감 정도의 의사표시를 했지만 당시 담당 경찰은 아직도 최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고 이후에라도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