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권창훈(22번)이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후반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손흥민 공백에 결정력 부족. 다급함에 부담은 더 커진 상황. 그 순간 권창훈의 결정타가 터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권창훈의 후반 득점포로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라크전 무승부(0-0)에 이은 승리로 승점 4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골이 터질 때까지 결정력 부족의 답답함을 노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36위)은 레바논(98위)에 앞선다. 역대 맞전적도 10승3무1패 우위. 한국은 레바논과 2차 예선에서도 만났는데, 당시 원정 무승부(0-0)뒤 홈 승리(2-1)를 일군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승리는 쉽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한국 팀엔 손흥민(29·토트넘)의 부상 악재가 터졌다. 종아리 부상으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근육 염좌가 발견됐고, 벤투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곧바로 명단에서 제외했다.
팀의 핵심이 빠지면서 선발진용도 변화가 생겼다. 최전방 원톱 전문인 황의조(보르도)가 역시 벤치로 물러났다. 반면 대표팀에 첫 소집된 조규성(김천 상무)이 공격수로 낙점을 받았다. 공격 2선에는 나상호(FC서울)와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늘어섰고, 중원에는 이동경(울산)과 황인범(카잔)이 자리를 잡았다. 포백은 홍철(울산)과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용(전북)이 맡았고,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책임졌다.
무관중이어서 관중 응원 등 홈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었던 경기는 시작부터 한국의 압도적인 우세로 펼쳐졌다. 버스를 세우듯 자기 골문 앞에 촘촘히 늘어선 레바논 선수들은 수비에 올인했다.
한국은 전반 2분 이동경의 슈팅을 비롯해 기회가 날 때마다 상대 좁은 진영을 파고들었다. 황인범도 전반 33분 총알 같은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키퍼를 위협했다. 한국은 전반에만 8개 정도의 코너킥을 얻었다. 하지만 킥은 약속한 대로 연결되진 않았고, 조규성의 머리엔 거의 닿지 않았다. 오른쪽 날개 공격으로 나선 나상호는 빠르게 전달된 패스의 흐름을 살리지 못하는 등 존재감이 없었다. 막판 이동경의 근접 대포알 슈팅이 통렬했지만 골키퍼 벽에 또 막혔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활용도가 불분명했던 조규성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해 변화를 주었다. 또 후반 12분에는 나상호와 이동경을 불러들이고, 송민규(전북)와 권창훈(수원)을 배치해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효과는 2분 만에 드러났다. 왼쪽 측면에서 홍철이 옆선을 따라 빠르게 전진패스를 넣었고, 황희찬이 스피드를 살린 번개 돌파로 끝선에 도달한 뒤 강력한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을 권창훈이 논스톱으로 연결하며 골대 왼쪽 측면을 뚫었다.
두드려도 터지지 않던 골문이 무너지면서 선수들의 몸놀림도 더 가벼워졌다. 한국은 황희찬과 권창훈의 좁은 공간 패스, 송민규의 저돌적인 돌파 등으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레바논을 흔들었고, 전후방에 이르는 압박수비로 끝까지 승점 3을 지켜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라크전보다는 다양하게 공격 전술을 펼친 점이 달라졌다. 하지만 밀집수비로 나선 약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공격작업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빌드업한 뒤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결정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10월7일 시리아와 홈, 10월13일 이란과 원정지에서 최종예선 3~4차전을 치른다.
수원/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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